[강원도 양구군] 거칠고 단순한 선으로 표현한 가난한 삶, 박수근미술관

박수근은 '서민의 화가'다. 그의 화폭엔 늘 가난한 사람들이 깃들었고, 그 역시 늘 곤궁하게 살았다.

'어찌 이리도 단순하고 간결한가?' 박수근미술관에 대한 첫 느낌이다. 화가의 작풍을 잘 이해한 건축가는 화가를 만나러 가는 길을 일부러 에둘러 놓았다. '정문은 어디지?' 두리번거려야 한다. 돌벽을 따라 빙 돌아가면 그제야 정문과 그 앞으로 난 아담한 안마당이 보인다. 정문이 산 쪽을 향해 있는 특이한 구조다. 안마당을 가로지르는 개울은 원래 이 자리에 있던 것으로 미술관을 지으면서도 손대지 않고 미술간이 개울 위에 살짝 걸터앉도록 했다. 이 개울은 바로 화가의 작품 '빨래터'가 있는 개울이기 때문이다. 거친 돌벽과 단순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선이 화가의 그림을 쏙 빼닮았다.

안마당 끝, 산자락 바로 아래 무릎을 세워 앉은 동상이 미술관 쪽을 보며 놓여 있다. 화가 박수근의 동상이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 자리한 미술관을 골똘히 바라보고 있다. 마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어떻게 화폭에 담을까 구상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그의 작품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워낙에 고가인 탓이다. 다행히 반도화랑 사환 시절 박수근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갤러리 현대의 박명자 회장이 작품 55점을 기증한 덕분에 '박수근미술관'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은 갖출 수 있었다고 한다. 작품 외에 박수근의 유품, 사진, 편지, 자녀들을 위해 직접 그린 동화책, 아내 김복순의 일기 등과 함께 영상, 연표 등이 전시되어 있다.

12세 무렵 밀레의 <만종>을 처음 보고 그와 같은 화가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소년. 꿈을 이루었지만 마지막까지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화가 박수근의 숨결이 미술관 안팎에서 느껴지는 듯하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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