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첫 3년 연속 15승' KIA 양현종이 꾸는 꿈 [고동현의 오키나와 1인치]

[마이데일리 = 일본 오키나와 고동현 기자] '10승'이 수준급 투수의 척도라면 '15승'은 에이스를 상징하는 숫자다. 물론 승리투수가 되는 과정에는 많은 변수들이 있다. 무엇보다 꾸준히 던질 수 있는 '건강'이 필요하며 팀 전력, 혹은 타선 지원도 있어야 한다. 또 운까지 따르면 승수 쌓기가 쉬워진다.

여러 변수를 떠나 어쨌든 15승을 했다는 것은 그 선수의 실력을 어느 정도 증명한다. 또 15승을 1년도 아닌, 3년 연속했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올해 첫 실전 등판을 마친 뒤 좌완 첫 3년 연속 15승 도전을 선언했다.

▲ "역사에 이름 남기는 것이 신인 때부터 목표"

양현종은 24일 일본 오키나와 나고 시영구장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결과는 2이닝 3피안타 1사사구 1실점. 탈삼진은 없었으며 최고구속은 137km까지 나왔다.

투구 이후 취재진과 간단한 인터뷰를 가진 양현종은 이날 투구에 전반적으로 만족했다. 하이라이트는 그 다음이었다. 시즌 목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거침 없이 답했다.

"기록을 보니 좌완 3년 연속 15승은 한 명도 없더라고요. 깨보고 싶어요. 목표가 있으면 나도 열심히 할 것 같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 신인 때부터 목표였거든요"

2010년 16승을 거두며 데뷔 첫 15승 고지를 밟은 그는 2011년 7승 9패 평균자책점 6.18로 부진했다. 2014년 16승 8패 평균자책점 4.25를 남기며 다시 한 번 15승 달성. 이번에는 달랐다. 오히려 2014년보다 더 뛰어난 투구를 펼치며 15승 6패 평균자책점 2.44를 기록했다. 2014시즌 다소 운이 따른 반면 지난 시즌에는 순수히 자신의 실력만을 갖고 이뤄낸 15승이기에 더욱 뜻 깊었다.

'3년 연속 15승'을 언급했지만 2년 연속 15승 조차 KBO리그 역사에 많지 않다. 김시진을 시작으로 양현종까지 단 16명만이 이뤄냈다.

▲ 완급조절까지 장착한 양현종, 사상 첫 좌완 3년 연속 15승 도전

그렇다면 3년 연속 15승은 누가 경험했을까. 양현종의 말처럼 그동안 좌완은 한 번도 없었다. 우완만 5명이다.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다. 김시진은 1983년 17승으로 처음 15승 고지를 넘은 뒤 1984년 19승, 1985년 25승, 1986년 16승, 1987년 23승을 거뒀다. 5년 연속 15승 이상.

최동원의 이름도 빠질 수 없다. 1984년 처음 15승을 넘어 섰으며(27승) 1985년 20승, 1986년 19승을 기록했다.

김시진, 최동원하면 떠오르는 이름, 선동열도 있다. 1988년 처음 15승을 달성(16승)한 선동열은 1989년 21승, 1990년 22승, 1991년 19승까지 4년 연속 15승 이상을 달성했다. 1992년에는 부상으로 인해 11경기 등판에 그쳤다. 다만 32⅔이닝 동안 1실점해 평균자책점은 0.28.

나머지 2명은 이강철과 정민태다. '꾸준함의 대명사'였던 이강철은 1989년 15승, 1990년 16승, 1991년 15승, 1992년 18승을 거뒀다. 정민태는 1998년 17승, 1999년 20승, 2000년 18승을 기록했다. 일본 무대에 진출했다가 돌아온 첫 시즌인 2003년에도 17승을 남겼다.

반면 좌완투수는 3년 연속 15승 고지를 단 누구도 밟지 못했다. 김일융은 1984년 16승, 1985년 25승을 남겼지만 1986년 13승에 만족했다. 이상훈은 1994년 18승에 이어 1995년 20승을 달성했지만 1996년에는 불펜 변신과 함께 99⅓이닝 소화에 만족하며 3승만 추가했다.

류현진은 데뷔 시즌인 2006년 18승에 이어 2007년 17승을 거뒀지만 2008년 14승으로 사상 첫 좌완 3년 연속 15승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류현진은 내리막길을 걷는 팀 전력으로 인해 딱 한 차례 더(2010년 16승) 15승을 기록했다. 김광현 또한 부상이 겹치며 3년 연속 15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양현종이 사상 첫 좌완 3년 연속 15승에 도전한다. 물론 양현종 자신의 건강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지만 불펜과 타선 지원도 곁들여져야 이를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힘으로만 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완급조절 속 지난해 많은 승수를 쌓은 양현종이 자신의 바람처럼 KBO리그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까.

▲ KBO리그 3년 연속 15승 (순수 연도 기준)

김시진 5년 연속 (1983년 17승 1984년 19승 1985년 25승 1986년 16승 1987년 23승)

선동열 4년 연속 (1988년 16승 1989년 21승 1990년 22승 1991년 19승)

이강철 4년 연속 (1989년 15승 1990년 16승 1991년 15승 1992년 18승)

최동원 3년 연속 (1984년 27승 1985년 20승 1986년 19승)

정민태 3년 연속 (1998년 17승 1999년 20승 2000년 18승) *일본 진출 이후 돌아온 첫 시즌인 2003년 17승

[KIA 양현종. 사진=일본 오키나와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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