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구례군] 인도 스님 연기조사가 세운 천년의 화엄 성지, 지리산 화엄사

가람 8원 81암자로 꽃피운 신라의 화엄불국 연화장 세계, 지리산 노고단 오르는 길은 여기서 시작된다.

한없이 깊고 높으며 넓은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산, 백두대간 지리산이 품은 절집 가운데 화엄사만 한 절이 또 있을까. 아득히 멀고도 먼 인도에서 온 스님 연기조사가 처음으로 절을 세웠으니 서기 544년(백제 성왕 22년)이다. 백제 땅에 꽃피운 화엄사상은 신라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융성해져 원효가 화랑도들을 가르쳐 삼국통일의 바탕을 이룩한 절 또한 화엄사다. 의상은 비슷한 시기에 2층 4면 7칸의 사상벽에 화엄경을 새기고 황금장육불상을 모신 법당 장육전을 세웠다. 지금의 각황전에 해당한다. 불행히도 이 법당은 임진왜란 때 불타 버렸지만 부서진 화엄석경이 남아 보물 제 1040호로 전해지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절집인 만큼 화엄사에는 신라와 고려,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조성된 석탑과 건물이 섞여있다. 이들을 차례로 더듬어 가는 것은 지리산이 간직한 대화엄의 세계에 눈뜨는 과정이다. 각황전과 대웅전 앞마당을 지키는 동 오층석탑(보물 제132호), 서오층석탑(보물 제133호)을 포함해 각황전 앞 석등(국보 제12호), 사사자삼층석탑(국보 제35호) 등 다섯 점이 모두 통일신라시대 우산이다. 사사자삼층석탑은 소나무로 둘러싸인 절 서북쪽 높은 곳에 있어 그냥 지나치기 쉽다. 또한 바로 앞 석등을 이고 탑을 향해 꿇어 앉은 스님상과 마주하는 순간 진한 감동에 휩싸인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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