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SK, 입단식 그 이상의 의미를 만들다 [고동현의 1인치]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SK에 입단한 새내기 11명이 모였다. 그렇지만 이날 행사가 열린 SK퓨처스파크 세미나실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9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절반 이상이 메워졌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4일 인천 강화 SK퓨처스파크에서 신인 선수 오리엔테이션과 함께 입단식을 실시했다. 이날 자리에는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 뿐만 아니라 각 선수의 가족들도 참석해 아들 혹은 오빠, 동생의 입단식을 함께 했다. SK는 2013년부터 '부모님과 함께하는' 입단식을 실시하고 있다.

▲ '프로 선수'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 오리엔테이션

이날 행사는 오리엔테이션과 입단식,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오후 1시부터는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다.

11명의 선수는 이전까지 같은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포지션은 물론이고 살던 지역, 학교, 나이도 달랐다. 이제 이들은 'SK 와이번스 선수'라는 가장 큰 공통점이 생겼다.

어엿한 프로 선수가 됐지만 아직까지 기존 선수들에 비해 모르는 부분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프로 선수'라면 야구라는 본질 이외에도 여러가지 점들을 알고 있고 익숙해져야 한다. 오리엔테이션은 이를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마케팅팀 김재웅 매니저, 전략기획팀 임성순 매니저, 홍보팀 권재우 매니저 등이 참석해 SK 그룹문화, 팀 아이덴티티 등 SK인(人)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과 함께 프로의식 심화, 스포테인먼트의 이해, 미디어 교육 등 프로선수로서 가져야 할 기본 소양에 대해 교육했다.

팀 아이덴티티에 대해 교육한 전략기획팀 임성순 매니저는 "무작정 운동만 하는 선수와 정체성을 갖고 있는 선수는 차이가 있다"며 "롤모델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팀과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겸비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선수들에게 지루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임성순 매니저는 이를 보기 쉽게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선수들의 흥미를 자아냈다. 야구게임 '마구마구'의 선수 카드 중 구단 프런트인 민경삼 단장, 진상봉 팀장, 손차훈 팀장의 카드를 비교하며 "다 비슷한 능력치더라도 속성이 있는 선수가 더 활용도가 높다"는 말을 했다. 결국 자신만의 특징이 있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는 것.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김동엽은 "그동안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됐다"고 말한 뒤 "이제 정말 프로선수가 된 것 같다. 주어진 기회 안에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 너무나 자랑스러운 아들, 오빠, 동생을 만든 입단식

오후 6시 30분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입단식이 열렸다. 신인 선수 11명의 가족들이 참석했다. 마산 용마고 출신으로 3라운드에 지명된 안상현의 어머니인 이미영씨는 일찌감치 퓨처스파크에 도착했다. 5시에 도착한 이미영씨는 퓨처스파크를 돌아본 뒤 "깔끔하고 운동장도 좋은 것 같다"며 "본인이 열심히 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날 입단식은 임원일 대표이사의 격려사를 시작으로 부모님께 보내는 영상 편지, 착모식, 유니폼 증정식이 진행됐다.

임원일 대표이사는 격려사에서 "잘 키운 아드님들을 구단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구단 미래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한 뒤 "초기 3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입단 기쁨을 잠시 뒤로하고 3년 안에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정진하고 인성도 키우는 등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경삼 단장은 "되돌아보니 1985년에 MBC 청룡과 싸인한 날이 12월 4일이더라. 부모님과 같이 오니까 반갑다"고 말문을 연 뒤 "꿈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선수들이 기억되는 선수가 된다. 지속적으로 꿈을 꾸고 자제력을 갖고 노력하다보면 엄청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부모님들은 여러분들을 위해 희생하고 기도했다. 희망이다. 부모님의 희망을 이뤄줄 수 있다는 사명감도 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여기까지는 여느 입단식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형식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부모님께 보내는 영상 편지' 때는 선수들의 부끄러워하는 모습 속 부모님들은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이라이트는 유니폼 증정식. 선수들은 입단식에 앞서 공에 목표를 적었다. 이 공을 진행자가 뽑으면 그 선수가 단상에 선다. 이어 가족들이 무대에 올라 선수가 입혀주는 싸인이 담긴 유니폼을 입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안상현. 부모님이 모두 무대에 올라 어머니 이미영씨가 아들이 입혀주는 유니폼을 입었다. "너무 좋다"는 말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안상현의 목표가 담긴 공을 손에 쥔 안상현의 아버지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그동안 고생 많았는데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꿈만 같고 기특하다. SK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SK에 2라운드 지명된 김주한은 형, 어머니와 함께 무대에 섰다. 사회자가 형에게 김주한에 대해 묻자 "예전엔 사고도 많이 치고 그랬는데 이제는 의젓하고 나보다 더 형 같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김주한에게 "정말 형 같아 보인다"고 말하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들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의 가족 표정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가족들은 선수들이 생활하게 될 숙소를 둘러본 뒤 바비큐 파티도 했다. 이어 가족들은 각자 배정된 방에서 하루를 보냈다.

송태일 스카우트는 "지명 이후 선수들 부모님들께서 아들의 입단식을 보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다"고 이날 행사를 연 배경을 설명했다. SK는 이러한 요청을 단순한 '참석'이 아닌 가족과 함께하는 입단식으로 승화시켰다.

단 30분 안팎으로 끝날 수도 있던 행사는 적지 않은 이들에게 평생 기억으로 남는 날로 바뀌었다.

[선수와 가족이 함께한 기념사진(첫 번째 사진), 오리엔테이션 모습(두 번째 사진), 선수 단체 사진(세 번째 사진).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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