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 금강소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절, 치악산 구룡사

영서지방에서 으뜸가는 신라 고찰

구룡사는 처음부터 거북 '구(龜)'자를 쓰는 '구룡사(龜龍寺)'가 아니라 아홉 '구(九)'자를 쓴느 '구룡사(九龍寺)'였다. 아홉 마리 용이 살던 연못을 메워 절을 세운 데서 유래한 이름인데, 절 입구에 있는 거북바위 때문에 거북 구자로 고쳐 쓰게 되었다. 이 바위를 쪼개고 난 후 절이 쇠락해지자 끊어진 혈을 다시 잇는다는 뜻에서 절 이름을 고쳐쓰게 되었다 한다.

처음 치악산에 구룡사를 세우고 대략 1000년 동안은 학곡 삼거리부터 절 마당까지 20리 길이 무인지경이었다. 2시간은 족히 걸어야 이르는 깊은 산속에 절집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구룡사 주차장에 이르기까지 여러 유흥시설이 즐비해 온전히 자연을 간직한 곳은 1킬로미터 남짓한 금강소나무 숲길이 전부다. 그나마 활엽수가 침범해 들어오면서 점차 원형을 잃어가고 있어 아쉽기 그지없다.

하지만 키 큰 소나무들이 늘어선 길 한가운데 서면 속세는 아득히 멀어지고, 피안을 향하는 발길이 바람에 날리는 구름인 양 가볍다. 그렇게 황홀한 걸음을 옮기노라면 어느새 원통문에 이르고, 거기서부터는 세속을 벗어난 청정도량의 영역이다. 내친 김에 구룡사를 지나 구룡폭포부터 시작하여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면 세렴폭포까지 이어지는 길은 구름에 달 가듯 한가로우면서도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구룡사 매표소 근처에는 강원도 기념물 제30호인 '황장금표(黃腸禁標)'가 있는데. 황장목(黃腸木) 보호를 위해 일반인의 벌목을 금지하는 경계표시다. 작은 바위 면을 다듬어 '황장금표'라는 글귀를 새겼는데, 금강소나무 숲길이 남아 있는 건 바로 이 금표 덕분이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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