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 《토지》의 원간을 이룬 곳, 박경리문학공원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옛날의 그 집> 중

박경리의 삶은《토지》그 자체다.《김약국의 딸들》을 비롯해 뛰어난 작품이 많지만 '박경리' 하면 무엇보다 대하소설《토지》를 먼저 떠올린다. 1969년에 집필을 시작해 1994년에 탈고하기까지 26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완성한《토지》는 박경리의 삶과 문학이 밀착돼 이루어 낸 우리 문학의 걸작이기 때문이다.

1926년 통영에서 태어난 박경리는 1957년부터 본격적인 집필 생활을 시작한다. 박경리가 원주로 이사한 것은 1980년으로 "내가 원주를 사랑한다는 것은 산천을 사랑한다는 얘기다"며 이곳을 좋아했다. 이집에서《토지》4부와 5부를 탈고했다. 작가는 1999년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에 '토지문화관'이 개관되자 그곳으로 옮겨 살다가 2008년 타계했다.

박경리의 원주 단구동 옛집이 택지개발지에 포함되어 헐릴 위기에 처했으나 다행히 공원 부지로 결정되어 '박경리문학공원'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문학의집과 북카페, 용두레벌, 평사리 마당, 홍이동산 등《토지》에서 따온 지면들로 꾸며져 있다. 박경리의 옛집에 들어서면 먼저 핸드프린팅이 눈에 들어온다. 이른 새벽 눈뜨면 가축들 먹이 주는 것부터 시작해 직접 텃밭을 가꾼, 투박한 농부의 손 그대로다.

'박경리문학의집'2층 전시실은 삶의 흐름에 따라 연표와 사진, 시,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3층은《토지》의 배경과 인물, 관계도, 영상자료 등을 통해 소설을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준다. 4층에는 다른 작품이 전시돼 있고, 5층은 회상하는 공간이다. 문학의집 옆에 자리한 북카페에서는 편하게 휴식을 취하며 작품을 읽을 수 있고, 일제강점기의 교과서 등 희귀자료도 볼 수 있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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