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떠난 에네스, 그럼에도 해명은 필요하다 [이승길의 하지만]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종합편성채널 JTBC '비정상회담'에서 가장 먼저 주목을 받으며 외국인예능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에네스 카야가 불명예스러운 루머 속에 하차를 선언했다. 이제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지지해 준 팬과 시청자를 향한 진실 된 해명이다.

에네스 카야는 2일 오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인물이었다. 최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상에는 유부남인 에네스 카야와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한 여성의 글이 급속히 유포됐다. 글에는 그녀가 에네스 카야라고 주장하는 인물과 주고받은 메시지, 사진, 음성 등이 포함돼 있었고, 여성은 에네스 카야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방송을 통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에네스 카야를 향한 비난여론과 그를 향한 신뢰를 보내는 팬들의 갈등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 가운데 에네스 카야는 케이블채널 스크린 '위클리 매거진 : 영화의 발견'을 시작으로 출연 프로그램 측에 하차의사를 전했고, 결국 이날 오후에는 그에겐 상징적인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의 하차가 결정됐다. 제작진은 "루머의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에네스 카야가 프로그램에 하차 의사를 밝혔다. 기녹화분에서는 에네스 카야의 모습을 최대한 편집할 예정이다"는 입장을 전했다.

혼란 속에 에네스 카야와 한국 방송계의 인연은 우선 이렇게 멀어졌지만, 이제 남은 절차는 에네스 카야의 진솔한 해명과정이다. 그에게 루머에 대한 억울함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겠거니와 설사 모든 루머의 내용이 사실이라 할 경우에도 에네스 카야 본인의 해명과 사과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연예인이 공인인가?'에 관한 논의는 끊임없이 논쟁을 일으키고 있고, 더욱이 '비정상회담'의 출연자들이 그 연예인이라는 분류에서 미묘한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인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굳이 공인의 책임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난 몇 개월 간 열렬한 응원을 보내왔고, 루머가 처음 불거진 순간부터 하차가 결정된 이후까지 에네스 카야의 SNS 상에 응원글을 남기고 있는 팬들에게 진실 된 해명 혹은 사과를 전하는 것은 국적을 넘어선 예의의 문제이다.

지난 4월 '비정상회담'이 시작되기도 전 케밥봉사단으로 세월호 유가족의 곁을 찾은 에네스 카야는 "누군가에게 칭찬을 듣고 싶어서 했던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다는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니 전달이 충분히 잘 됐을 거라고 믿는다. 유가족 여러분 힘내시길 바란다"는 글을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지난 10월 유명세를 얻고 난 뒤에는 라디오에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좋은 만큼 걱정도 많이 된다. 혹시나 사람들을 실망시킬까봐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반대로 터키 이미지도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나를 볼 때 나 혼자가 아니라 터키의 사람이라고 보기 때문에 칼날 위를 걸어가고 있는 기분이다"고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중이 에네스 카야의 등장에 신선함과 호감을 느낀 이유는 이처럼 그의 말 속에서 소신과 진솔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이번 논란을 겪으며 대중은 기존의 이미지와 너무 다른 루머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제 대중은 에네스 카야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 그를 향한 어쩌면 마지막 감정이 실망과 허탈함일지언정 배신감만큼은 아니길 간절히 바라며 말이다.

[에네스 카야. 사진 = JTBC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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