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강남구] 수도산 봉은사

나룻배로 한강 건너고 오 리쯤 걸어야 이르던 곳이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천년 고찰, 수도산 봉은사 법당의 검은 기와지붕이 고층 빌딩의 숲 속에서 빛을 발한다.

서울 삼성동 수도산 자락에 자리한 사찰로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시 한가운데 있다. 천년의 세월에도 고색창연한 사찰의 기품은 변함없이 오늘날 서울의 새로운 중심지가 된 강남 한복판에서 마음의 휴식처이자 도심의 전통 사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봉은사는 794년(신라 원성왕 10년) 연회국사가 처음 세워 견성사로 불렀다. 봉은사로 바뀐 것은 1498년(연산군 4년) 정현왕후가 성종이 묻힌 선릉을 위해 능동쪽에 있던 절을 크게 고쳐 지으면서부터다. 현재의 자리에 지은 것은 1562년(명종 7년)에 중종의 능인 정릉을 선릉 동쪽으로 옮기고 난 후다.

봉은사에서는 중종 때 보우 스님이 주관하여 승과시를 실시, 33명의 급제라를 뽑기도 했다. 봉은사 앞 들판인 지금의 코엑스빌딩과 무역센터 일대가 바로 '승과평'이며, 당시 급제자 중 한명이 바로 서산대사 휴정이었다. 1562년 승과에서는 사명대사 유정까지 배출되었으니, 조선 불교 법맥의 주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이 바로 봉은사다.

봉은사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은 추사 김정희의 발자취다. 현재 '대웅전'편액과 죽기 사흘 전에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판전(板殿,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 84호)' 편액이 있다. 추사가 남긴 현판 글씨는 '조선 말기 불교와 유학의 원융(圓融)한 만남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꼽힌다.

판전은 봉은사 당우(堂宇)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55년 추사와 영기 스님이 뜻을 모아 판각한 화엄경 소초 81권을 안치하기 위하여 지었고, 비로자나불을 모셨다. 후에 판각한 유마경, 한산시, 초발심자경문, 불족인 등을 더해 현재 3,438점의 판본을 보관 중이다.

봉은사에서 눈여겨볼 것은 선불당(서울시 유형문화재 제 64호)이다. 법왕루로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건물로 조선 중기 이후 승과를 실시하던 곳이다. 선불당은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를 지닌 건물이다.

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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