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서천군, 전라북도 군산] 금강하구

▶겨울 나는 철새들의 낙원, 삭막한 겨울 하늘에 수놓은 신비로운 가창 오리떼의 군무가 경이롭기만 하다.

401킬로미터, 장장 천 리 길을 쉬임없이 달려와 이제 막 군산만 바다로 흘러드는 바로 그곳에서 강물은 잠시 멎고 한 호흡 크게 숨고르기를 한다. 1990년 완공된 금강하굿둑이다.

금남호남정맥 신무산 중턱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은 전라도와 충청도 땅 내밀한 곳을 굽이굽이 휘돌아 흘러내린다. 바다로 흘러들기 직전에 바로 이 하굿둑에서 한 차례 시절 인연과 만나는데, 북쪽에서 날아와 고단한 날개를 쉬어가는 겨울 철새들이다.

황금빛 찬란한 저녁놀이 바다처럼 드넓은 강물에서 스러지고 서쪽 하늘 멀리 주홍빛 불씨처럼 애잔함을 남기며 대단원을 고할 무렵, 수만 마리 철새가 일제히 금강 하늘 위로 날아올라 놀랍고도 아름다운 춤사위를 펼치는 장관은 소름끼치도록 정연하여 외경심마저 인다.

과연 무엇이 저들로 하여금 매일 저녁, 이리도 거대한 날갯짓으로 쓸쓸하고 삭막한 겨울 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하게 하는지 감탄이 새어나온다.

길이 1841킬로미터의 충청남도 서천과 전라북도 군산 땅을 잇는 금강하굿둑이 완성되면서 금강하구에는 철새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일대 장관을 이루는 군무의 주인공인 가창오리가 가장 많으며 혹부리오리, 검은머리물떼새 등 각종 희귀 철새 30만 마리가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금강하구의 너른 갈대밭과 들녘을 의지해 겨울을 난다.

금강하구가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이자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 떠오르자 많은 철새 탐조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금강하굿둑 일원에는 철새들을 관찰하는 조망대가 들어섰고 생태교육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금강하굿둑은 일몰 직후 저녁 무렵 경치가 아름답다. 하굿둑 위로는 장항선의 일부인 신장항~군산 간 대야철도와 21번 국도가 지난다. 홍수 조절과 용수 공급이라는 본래의 기능 외에 장항과 군산을 잇는 교통로로 활용되면서 주변 일대가 새로운 관광지로 떠올랐다.

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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