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이 먼저 제안한 트레이드 "염 감독께 간곡히 부탁"…롯데는 미래보다 현재를 바라봤다 [MD부산]

LG 트윈스 손호영./마이데일리

첫 승 기념구를 손에 쥐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롯데 자이언츠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염 감독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30일 "LG 트윈스 내야수 손호영과 투수 우강훈 간 트레이드를 실시했다"고 공식발표하며 "타격 능력을 갖춘 우타 내야수 뎁스 강화를 위해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손호영은 지난 2014년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통해 시카고 컵스의 유니폼을 입은 뒤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손호영은 데뷔 첫 시즌 2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67 OPS 0.820의 성적을 남기며 가능성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후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이에 내야수를 찾고 있던 롯데의 레이더에 걸려들었다.

롯데는 현재 내야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롯데는 시즌을 시작하는 단게에서부터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SSG 랜더스와 시범경기 개막 시리즈를 치르던 중 '강정호스쿨'을 다녀온 뒤 연습경기에서 뜨거운 타격감을 뽐내던 한동희가 내복사근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한 까닭이다. 부상 당시 재활 기간은 4~6주가 전망됐다. 이로 인해 롯데의 계획이 모두 꼬이게 됐다.

특히 한동희는 6월 10일 상무 입대를 앞두고 있었지만, 부상으로 인해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은 롯데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타격이었다. 시즌 초반 '장타'를 생산해 줄 수 있는 자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김태형 감독은 정규시즌이 시작될 즈음부터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보기 시작했고, 마침내 LG 내야 뎁스에서는 주전으로 기회를 받기가 어려웠던 손호영을 영입하게 됐다.

LG 트윈스 손호영./마이데일리

스윙 이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롯데 자이언츠

이번 트레이드는 프런트가 아닌, 김태형 감독이 추진한 것. 사령탑은 30일 경기에 앞서 "손호영은 파워도 있고, 우타자로서 발도 빠른 편이다. 항상 기대를 받던 선수였다. 그런데 LG에서는 주전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이에 염경엽 감독에게 간곡히 부탁을 했다. LG 쪽에서도 우강훈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주는 입장에서는 다 아깝지만, 우리가 부족할 부분을 채우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말 문을 열었다.

계속해서 김태형 감독은 "손호영은 우리 팀에 와서 잘했으면 좋겠고, (우)강훈이도 가서 잘했으면 좋겠다. 트레이드는 내가 먼저 제안을 했다. 손호영의 경우 LG에 있던 코치들도 추천을 했었다"며 "시범경기를 들어가면서부터 팀 방망이가 워낙 맞지 않았다. 내야 우타자 쪽에서 (김)민성이와 정훈이 있지만, 주력 타자들 대부분이 좌타자다. 그래서 생각을 해보다가 LG에 있던 코치들이 적극적으로 (손호영을) 추천하더라. 나도 꾸준히 봐왔는데, 파워도 갖추고 있고 해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호영의 영입에 한동희의 부상도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령탑은 "(한동희 부상의 여파는) 당연히 있다. 손호영이 3루수와 2루수를 볼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3루수로 기용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호영은 빠르면 이날 저녁께 부산에 도착할 예정.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31일 롯데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김태형 감독은 "매니저의 말로는 오늘 저녁까지 온다고 하더라. 그러면 내일 바로 엔트리에 들어갈 것"이라며 당분간 1군에서 기용할 방침을 드러냈다.

롯데 자이언츠 우강훈./롯데 자이언츠

우강훈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사직구장에서 경기에 앞서 훈련을 하던 중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트레이드 소식을 전해들었다. 사령탑은 우강훈에게 트레이드 소식을 전달하면서 많은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팀을 옮기기 전 짐 정리를 위해 사직을 찾은 우강훈은 "오후에 훈련을 하던 중 감독님께서 LG로 가게 됐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가서 잘해라'는 등의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만큼 김태형 감독도 우강훈을 트레이드로 떠나보낸 것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우강훈은 지난해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뿌리면서 당시 해설위원을 하고 있던 김태형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던 투수였기 때문이다. 사령탑은 "아쉽다. 사이드로 150km를 던지는 것이 쉽지 않다. 경기 운영을 떠나서 앞으로 굉장히 좋아질 수 있는 선수"라고 우강훈을 향해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며 "하지만 현재 우리가 더 급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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