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분위기로 갈 수 있는 슬라이딩" 명장이 콕 집어 칭찬한 정훈의 투지, 베테랑들의 솔선수범이 만든 흐름 [MD부산]

롯데 자이언츠 정훈./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정훈./롯데 자이언츠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정훈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하나가 좋은 분위기로 갈 수 있는 슬라이딩이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홈 개막전 '낙동강 더비' 라이벌 맞대결에서 3-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천신만고 끝에 시즌 첫 승리을 거뒀다. 김태형 감독의 롯데 사령탑 데뷔 첫 승이기도.

롯데는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엄청난 돈을 들여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은 포수와 유격수, 선발진을 보강하는데 성공했다. 롯데는 4월을 단독 1위로 마치고, 5월 또한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상위권 경쟁을 펼쳤는데, 6월부터 부상자가 쏟아지는 등 각종 악재가 겹친 탓에 또다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에 롯데는 이번 겨울 다시 한번 바쁘게 움직였다.

래리 서튼 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고 떠난 공백을 메워야 한 까닭. 이에 롯데는 두산 베어스 사령탑 시절 KBO리그 역대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어내며 세 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다. 그동안 롯데 사령탑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카리스마를 보유한 사령탑이 지휘봉을 잡게 되자, 팬들의 기대감은 하늘을 찔렀다. 선수들 또한 스프링캠프에 앞서 준비를 잘 해왔다.

하지만 정규시즌 초반 네 경기에서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타선과 마운드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던 까닭이다. 사직 홈 개막전이 열리기 전까지 롯데는 팀 타율 0.225로 9위에 랭크돼 있었다. 부상으로 이탈한 한동희와 김민석의 공백이 더 커보였다. 그리고 팀 평균자책점 또한 6.23으로 리그 7위였다. 이는 사령탑의 전술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사령탑은 그저 선수들의 페이스가 올라오기를 바랄 뿐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에 앞서 "한두 명의 선수를 번갈아가면서 쓰는 것이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선수들을 믿어야 된다. 선수들이 빨리 컨디션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지금까지 잘 풀리지 않았지만, 또 개막전은 다르지 않나. 선수들도 계속해서 집중을 해왔는데, 어떻게든 연패를 끊어야 할 것 같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그리고 롯데는 드디어 연패에서 벗어났다.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정훈./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정훈./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경기 초반 실책으로 인해 선취점을 헌납하며 0-1로 끌려갔다. 공격력 또한 앞선 4경기와 마찬가지로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그림이었다. 그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6회였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격감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한 전준우가 천금같은 동점홈런을 터뜨린 것. 여기서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 이후 노진혁이 볼넷을 얻어내며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 분위기를 휘어잡는 장면이 나왔다. 바로 베테랑 정훈의 투지였다. 경기 중반부터 나승엽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은 정훈이 유격수 왼쪽에 깊숙한 타구를 친 후 이를 어떻게든 내야 안타로 만들기 위해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했다. 그 결과 세이프 판정을 이끌어냈다. 팀 승리를 위한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반등하기 위해 몸부림 친 결과였다. 이를 바탕으로 롯데는 두 점을 더 보탰고, 그대로 승기를 지켜내며 승리를 손에 넣었다.

FA 계약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정훈은 매우 간절하다. FA 계약을 맺은 직후에는 부진한 시즌을 보냈고, 지난해에는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한 까닭이다. 그리고 29일 경기 전까지 4타수 무안타로 단 한 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훈은 현재 어떻게든 출전 기회를 늘리기 위해 1루 뿐만이 아닌 2루에서도 펑고를 받는 등 자신의 기용폭을 늘릴 수 있도록 애를 쓰고 있다. 시범경기에서는 한차례 중견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정훈은 시범경기에서 첫 홈런을 터뜨린 이후 "아직까지 잘하고 싶고, 경기에 나가고 싶은 마음들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에 다녀왔다. 올해 팀 성적이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나 또한 설자리가 있고, 경기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겠나"라며 부활을 다짐했다. 아직까지 완벽히 폼을 되찾진 못했지만,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령탑 또한 이를 모르지 않는다.

첫 승 기념구를 손에 쥐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롯데 자이언츠
첫 승 기념구를 손에 쥐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롯데 사령탑으로 데뷔 첫 승을 손에 넣은 뒤 정훈의 활약을 빼놓지 않고 칭찬했다. 사령탑은 "사실 개막전 4연패 이후 부담감이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많은 압박이 있었을 것이다. "선수들이 타석에서 조바심을 보이더라. 경험이 많은 선수들도 공에 자꾸 덤비고 따라가더라. 선수들도 알지만 말대로 쉽게 안 되는 거다"라며 "특히 오늘 정훈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하나가 좋은 분위기로 갈 수 있는 슬라이딩이었다. 고참들이 최선을 다해서 선수단을 이끌려고 한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베테랑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면 후배들도 당연히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전준우의 홈런과 정훈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었다. 전준우 또한 "고참들이 솔선수범하면 밑에 선수들도 당연히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열심히 하고, 뭐라도 하나 더 하려다 보니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기 때문에 이 좋은 흐름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연승을 다짐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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