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 연주인가 소음인가

/도도서가

[도도서가 = 정선영] 몇 달 전 이사한 지인은 벽간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 소리가 묻히게 음악을 계속 틀어놓으라고 하자 “그건 그것대로 신경 쓰이잖아요”라며 울상을 지었다.

내가 아는 한 북에디터는 소리에 예민하다. 음악적으로 귀가 예민하다는 뜻이 아니라, 각종 생활 소음 등 소리 자체에 예민한 편이다. 혼자 오롯이 텍스트와 씨름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한순간에 집중력을 깨뜨리는 소리가 달갑지 않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회사 다닐 때 저자가 사무실에 방문해 “너무 독서실 같아 놀랐다”는 말을 종종 했다. 전화 통화는 업무공간을 벗어나 복도나 회의실에서 했다. 내가 방해받기 싫은 만큼 남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배어 있다.

이어폰을 꽂고 일하기도 하지만, 이는 다른 거슬리는 소음을 덮으려는 방법일 뿐이다. 내 경우 이때 듣는 음악도 가사가 없는 잔잔한 연주곡이 대부분이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이런 환경에서 보낸 탓인지, 집에서도 소리를 채우려고 텔레비전을 켜놓는 일이 드물다. 텔레비전 소리가 들릴 때는 텔레비전을 볼 때, 음악 소리가 들릴 때는 음악을 들을 때, 이처럼 분명하다.

최근 일 년 사이 혼자 일하면서 가끔 이런 적막함이 적적함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인공지능 스피커에 선곡을 부탁해보기도 한다. “책 읽을 때 듣기 좋은 조용한 음악 틀어줘.” 그런데 한창 집중해서 일하다 보면 이마저도 거슬려 금방 꺼버린다.

고요하고 정적인 상태에 익숙하다 보니, 간혹 기타 레슨 중 울리는 내 휴대폰 진동 소리에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한번은 이 모습을 보곤 기타 선생님이 말했다. “대체 밖은 어떻게 돌아다녀요? 차들이 빵빵거리는데.”

그런데 사실 요즘 주위에서 가장 큰 소음은 내 기타 소리가 아닐까. 내가 기타를 들기만 해도 도망가는 우리집 고양이만 봐도 그렇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보니 기타 연주를 감상하는 고양이도 있던데. 듣자니 기타를 잘 치는 집사가 어쩌다 만들어낸 불협화음에 왜앵! 하며 반응하는 고양이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집 고양이들은 그냥 도망가 침대 속에 숨어버린다. 그것도 매우 재빠르게. 아….

고양이들이 편안하게 내 기타 연주를 듣는 날은 언제쯤 올까.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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