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스트라이커 출신 황선홍 감독이 알아본 '대기만성' 주민규의 능력[심재희의 골라인]

주민규, 생애 첫 태극마크
대기만성 스트라이커, 태국전 출격 기대

주민규. /프로축구연맹 제공

황선홍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33살 333일 만에 국가대표팀 부름을 받았다. 울산 HD FC 스트라이커 주민규가 한국 축구 대표팀 신기록을 작성했다. 가장 늦은 나이에 A대표팀에 뽑힌 선수로 기록됐다. 기존 기록 보유자 송정현의 32살 131일보다 1년 이상 더 늦게 첫 대표팀 승선의 기쁨을 맛봤다.

'대기만성형 골잡이'라는 말이 딱 맞다. 학창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그는 2013년 K리그 무대 문을 두드렸으나 외면 당했다. 결국 연습생으로 K리그 챌린지 고양 자이크로 FC에 입단했고, 2015년 서울 이랜드로 이적했다. 서울 이랜드에서 공격수로 변신했다. 2015년 23골을 터뜨리며 K리그2 득점 2위에 올랐다. 당시 슈틸리케호 발탁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나오기도 했지만 불발됐다.

2017년과 2018년 상주 상무에서 뛰며 군 복무를 마친 그는 2019년 울산 현대로 둥지를 옮겼다. 이어 2020년 제주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었다. 2021년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을 34경기에 출전해 리그에서 22골 1도움을 마크하며 K리그1 득점왕에 올랐고, 이듬해 37경기 출전 17골 7도움을 기록했다. 벤투호 합류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지만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고, 지난해 울산 현대로 이적해 29경기 15골 1도움으로 K리그 최고 수준의 골잡이로 명성을 이어갔다.

공격포인트 기록이 그의 능력을 잘 증명한다. K리그2 통산 146경기 52골 14도움을 적어냈고, K리그1 통산 161경기 75골 20도움을 생산했다. K리그1에서 더 좋은 스탯을 만들고 있다. 매우 늦게 공격수 포지션을 맡게 됐지만 성실한 자세와 탁월한 결정력으로 득점을 꾸준히 올렸다. 탄탄한 피지컬과 양발을 고루 쓰는 능력, 그리고 슈팅 이전의 순발력이 좋다.

혹자들은 주민규에 대해 "대표팀 수준에 못 미친다"는 혹평을 내리기도 했다. 기본적인 스피드가 조금 떨어져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탁월한 골 감각은 K리그 최고가 확실하다. 상대 페널티박스 중앙을 잘 지키며 찬스가 오면 확실히 마무리를 해주는 능력.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인정받는 황선홍 감독의 눈에 주민규의 최대 강점이 제대로 보인 듯하다. "3년간 K리그에서 50골 이상 넣은 선수는 주민규가 유일하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는 황 감독의 말에 대표팀 발탁 이유가 제대로 담겨 있다.

K리그와 대표팀 경기는 긴장감과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A매치에서도 동료들과 호흡을 잘 맞추고 높은 골 결정력을 발휘한다면 주가를 더 높일 수 있다. 대기만성 스트라이커 주민규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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