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톤' 감독 "주호민 빌런 만들기 멈춰야…초원이들 잠재적 범죄자 낙인 우려" [전문]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영화 '말아톤' 정윤철 감독이 웹툰 작가 주호민을 둘러싼 논란에 소신을 밝혔다.

정윤철 감독은 지난달 31일 "나는 '말아톤' 감독으로서 특정 웹툰작가에 대한 멸문지화급의 과도한 빌런 만들기를 멈추고, 그의 아들을 포함한 많은 발달 장애 아이들이 집 근처에서 편안히 등교할 수 있도록 특수학교를 대폭 증설하고 예산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언론과 여론이 힘을 쏟길 바란다"라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아울러 특수학교를 세우려 할 때마다 집값 떨어진다고 길길이 뛰며, 장애를 지닌 아이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빌도록 만드는 고질적인 님비 현상을 재고하는 계기 또한 되길 빈다"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또한 정윤철 감독은 "안 그럼 웹툰작가의 별명인 '파괴왕'처럼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고양을 위해 쌓아온 그동안의 사회적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고, 이 땅의 수많은 초원이 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힐 우려가 크다"며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의 권익도 중요하지만 언론은 항상 기저에 깔린 구조적 모순과 시스템의 진짜 빌런을 추적해야 할 임무가 있다고 본다. 을과 을의 싸움이 지닌 무의미함과 비극성은 영화 '기생충'에서 충분히 보았다"라고 덧붙였다.

주호민은 지난해 9월 자신의 자폐 성향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주호민의 아들은 동급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등 돌발행동을 해 통합학급(비장애 학생과 함께 수업받는 학급)에서 특수학급으로 분리된 상태였다. 이후 주호민 부부는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고 등교시켰고, 특수교사가 아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A씨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기소 당시 직위 해제됐으나 지난 1일 경기도교육감의 직권으로 복직 처리됐다.

한편 정윤철 감독은 지난 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을 연출했다. '말아톤'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초원이(조승우)가 마라톤 도전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하 정윤철 감독 글 전문.

나는 '말아톤'감독으로서 특정 웹툰작가에 대한 멸문지화급의 과도한 빌런 만들기를 멈추고, 그의 아들을 포함한 많은 발달 장애 아이들이 집 근처에서 편안히 등교할 수 있도록 특수학교를 대폭 증설하고 예산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언론과 여론이 힘을 쏟길 바란다. 아울러 특수 학교를 세우려할 때마다 집값 떨어진다고 길길이 뛰며, 장애를 지닌 아이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빌도록 만드는 고질적인 님비 현상을 재고하는 계기 또한 되길 빈다.

안 그럼 웹툰작가의 별명인 '파괴왕'처럼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고양을 위해 쌓아온 그 동안의 사회적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고, 이땅의 수많은 초원이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힐 우려가 크다. 선생님들의 권익도 중요하지만 언론은 항상 기저에 깔린 구조적 모순과 시스템의 진짜 빌런을 추적해야할 임무가 있다고 본다. 을과 을의 싸움이 지닌 무의미함과 비극성은 영화 '기생충'에서 충분히 보았다.

[정윤철 감독과 웹툰작가 주호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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