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업이 안 되죠?" 아이처럼 기뻐하는 이승엽, 10연승에도 담담한 두산 선수단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그러게 왜 업이 안 되죠?"

최근 두산 베어스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다. 지난 1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을 시작으로 21일 광주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까지 승리로 장식하며 무려 10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두산이 10연승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수많은 기록도 쏟아졌다. 두산은 21일 KIA전 승리로 팀 최다 연승 '타이'에 올랐고, 이승엽 감독은 역대 KBO 한국인 사령탑 데뷔 시즌 최다 연승 '타이'를 기록 중이다. 25일 잠실 롯데전을 승리할 경우 두산은 두 가지 기록을 새롭게 쓰는 셈이다.

이승엽 감독은 25일 잠실 롯데전에 앞서 '신기록을 앞둔 소감이 어떠느냐'는 질문에 "별 느낌이 없다. 일반 페넌트레이스 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오늘 한 경기를 위해 모든 것을 걸 수는 없다. 순리대로 우리가 준비했던 대로 똑같이 할 것"이라고 기록에는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

11연승을 달성한다면 그만큼 기쁜 일이 없지만, 이 기록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만큼 '징크스'도 없다. 사령탑은 '밥을 같은 것을 먹는다던가, 속옷을 안 갈아입는 것들이 있느냐'는 말에 "25년 전 질문이다. 어렸을 때도 그렇게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미소를 지으며 "(56호 홈런을 친) 그때와는 다르다. 당시에는 내가 플레이어였기 때문에 경기 시간이 다가오면 긴장감이 생기고 했는데, 지금 그런 것은 없다. 선수들이 나가서 잘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록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지난 21일 이승엽 감독은 점수를 낼 때마다 크게 기뻐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히기도. 사령탑은 "포커페이스가 중요하다고 말씀들을 하신다. 현역 때는 잘 됐던 것 같은데, 우리 선수들이 안타를 치고 해줘야 할 때 생각한 대로 되면서 기뻤던 것 같다. 기쁜 것을 억지로 참을 수는 없다"면서도 "제스처가 많이 크지 않았던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활짝 웃었다.

반면 선수단에게서는 들뜬 분위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승엽 감독은 '두산 선수들은 왜 들뜨지 않느냐'는 말에 "왜 업(UP)이 안 되죠?"라며 "재작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해본 선수들이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 웃는자가 진짜 승리자다. 지금은 그 과정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10연승을 질주하고 있지만, 두산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단 한 경기 밖에 치르지 못했다. 그동안 경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까닭에 실전 감각의 우려를 갖고 있다. 그는 "지금 거의 2주 동안 한 경기 밖에 하지 못했다. 우리 투수들의 실전 감각이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특히 중간 투수들은 중요한 상황에서 1이닝을 막아줘야 하는데, 어렵게 갈까봐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날 두산은 정수빈(중견수)-허경민(3루수)-김재환(좌익수)-양의지(포수)-양석환(지명타자)-호세 로하스(우익수)-강승호(1루수)-박준영(유격수)-이유찬(2루수)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롯데 선발 나균안이 두산을 상대로 매우 강한 모습이지만, 좌타자보다는 우타자에 약한 수치적인 고려해 라인업을 꾸렸다.

이승엽 감독은 "김재환이 조금씩 올라오는 단계다. 그리고 나쁜 볼에도 손이 나가지만 볼넷을 나갈 수 있고, 나균안을 상대로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반면 양석환은 나쁜 볼에도 손이 나가는 유형인데, 김재환이 양석환 앞에 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나균안이 상대 전적에서는 좌타자보다 우타자에게 피안타율이 높더라. 순전히 데이터적인 부분을 봤다"고 덧붙였다.

두산이 롯데와 맞대결을 시작으로 내달린 10연승을 더 길게 이어갈 수 있을까.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과 선수단.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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