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뎐1938' 우현진 "쑥 라테 같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MD인터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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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계속해서 보고싶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단한 상이나 명성을 얻기보다 꾸준히 하는 배우요."

비 소식이 있어 하늘이 끄믈끄믈하더니 햇살이 들기 시작했다. 하늘은 깨끗하고 구름은 새하얗고 햇살은 따뜻할 때. 꾸벅 인사를 하며 우현진이 들어섰다.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어색한지 큰 눈을 굴리는 모습을 보면서 토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tvN '구미호뎐1938'은 우현진의 데뷔작이다. 인터뷰 역시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우현진은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스레 고르며 또박또박 답했다. 첫 촬영이 수중신이었다고 말할 때는 무릎에 얌전히 손을 모은채 초롱초롱 눈을 빛냈다. 그러다 잠깐, 첫 촬영 때 잠을 잘 자면 사랑받는 말을 들었다고 할 때였다.

"다음날 아침에 깼는데 너무너무 좋았어요. 얼마나 잤는지 기억이 안 나요. 그런데 진짜 놀라운 게 그때만 자고, 합천이 두 번째 촬영이었거든요? 밤을 꼴딱 새웠어요. 빗속에서 랑이한테 우산 씌워주면서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이었는데! 그리고 오디션 불합격하고 냉면을 먹는 장면이요! 여희에게 중요하고 또 잘하고 싶은 장면이었거든요."

갑자기 까르르 웃더니 쫑알쫑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순간 음료 한 잔씩 시켜놓고 카페에 나란히 앉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꽤 흘렀고 질문도 많이 던졌다. 부지런히 손가락을 놀린 탓에 앞에 놓인 노트북에는 빼곡히 타이핑한 글자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제야 우현진이 빼꼼 고개를 내민 느낌이 들었다.

"TV로 본 제 모습이요? 감개무량하기도 했지만. 저만 보면 너무 아쉬운 것들이 보여서 아우, 못 보겠더라고요. 진짜로. '안돼!' 고개 돌리고. 다른 분들 나올 때는 너무 재밌고 어땠을지 막 상상했거든요. 근데 저만 나오면 '어후, 왜 저래. 왜 저래' 이러면서 봤어요."

소녀처럼 방방 뛰다가도 금세 침착해졌다. 현재 재학 중인 만큼, 촬영 중 학교 생활은 어땠는지 묻자 스케줄과 공부를 병행할 수 없어서 휴학했다며 차분해졌다. 그러다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학기도 공연도 채우고 이틀 뒤면 종강이라며 살짝 신이 났다. 그런데 또 인터뷰와 학교 일정을 병행하고, 저녁부터 새벽까지 연습 중이라며 다시 프로가 됐다.

"성실한 학생이요? 앗, 저도 지각한 적도 있어요. 음, 학업에 있어서 친구들을 되게 좋아했어요. 공부요? 정확히는 기억 안 나는데… 그래도 중학교 때 가장 좋았을 때는 전교 5등 안에는 들었던 것 같아요."

쑥스러운지 배시시 웃는 모습을 보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신인이기에 아직 텅 빈 프로필을 채워보고 싶어 취미랑 특기를 묻자 말문이 터져 다시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취미는 운동이고 특기는 노래. 낙천적이고 사람을 좋아하지만 쉴 때는 안에 있는 편이란다. 혈액형은 O형, MBTI는 ENFP.

"싫어하는 음식은 아예 없어요. 진짜요. 가끔가다 오이나 피망 못 드시는 분들 있잖아요? 저는 진짜 없어요. 막 곤충 같은걸 내가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본 적 있는데. 그런 특별한 음식 말고는 싫어하는 음식 없어요. 좋아하는 건… 친구들한테 '할매'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쑥이요. 쑥 라테!"

그러더니 갑자기 '앗!' 하는 표정으로 변해 "미숫가루도요. 아, 제가 할 말이 있는 게 요즘 유행하잖아요. 근데 진짜 맛있어요. 미숫가루 이런거 맛있거든요. 완전 단 것보다는 고소한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달달고소. 그런데 이런 거 말하면 안 되나요?"라고 해명을 시작했다.

약과도 유행하는 레트로의 시대, 자연친화적인 쑥 라테와 미숫가루가 어떠냐고 편을 들었더니 "약과는 아니에요!"라고 슬쩍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어, 쿠키, 마카롱 이런 거 먹어요"라며 귀엽게 '쑥 라테' 수습에 나섰다.

그렇지만 인터뷰 말미, 쑥 라테는 다시 등장했다. 우현진은 뚜렷한 장르나 명확한 캐릭터보다는 지금의 자신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목표를 전했다. 대단한 서사나 강인한 임팩트보다는 일상생활 속의 이야기. 그래서 쑥 라테 같은 작품이냐 했더니 "네! 정리가 됐는데요!"라며 결국 인정했다. 시원한 웃음이 함께였다.

인터뷰가 끝나고, 사인(sign)이 있느냐 묻자 우현진은 눈을 반짝 빛냈다. 아직 사인이 없어서 여러 가지를 고민 중인데, 부탁한 이들이 있어 이름 세 글자를 적었단다. 이런 것도 인터뷰로 나갈 수 있냐며 나중에 사인이 정해지면 그때 받아가신 분들께 어떻게든 새 사인을 드리고 싶다고.

"방법이… 소속사에 연락하면, 너무 바빠지실까요? 어쩌죠? 그건 너무 죄송한데. 그럼 다른 방법으로, 꼭 연락 주세요. 제 이름이 우현진이잖아요. 'HJ'라고 쓰고 소 모양을 그리는 거예요. 소띠는 아니고요! 우 씨라서 소(牛)에요. 다른 후보는 일필휘지로 멋있게 쓰는 건데 아직 루틴을 못 정했어요. 매번 똑같아야 하는데 달라지더라고요."

일단 소는 아닌 걸로 하고, 사인은 소속사의 컨펌을 꼭 받아야겠다며. 그리고 우현진은 이니셜 HJ를 쓴 뒤 소로 감싼 모양의 사인, 이름 세 글자를 정자로 또박또박 쓴 사인, 할 때마다 달라지는 멋있는 일필휘지 사인, 또 HJ에 소 대신 토끼를 이용한 무려 네 가지의 사인을 남겼다.

"사인 받으신 분들이 꼭 좀 연락 주시면 좋겠어요. 새 사인이 정해지면 제가 인스타그램에 꼭 올릴게요. 그럼 새 사인인걸 아시지 않을까요? 그런데 지금은 좀 고민이 많아요. 아직 마음에 드는 게 없거든요. 아무래도 소는 좀 별로죠?"

['구미호뎐1938' 장여희 역을 맡은 배우 우현진. 사진 = 킹콩 by스타쉽 제공]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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