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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제가 재밌는 퀴즈 하나 낼게요.”
9일 잠실 두산-KIA전을 중계하던 MBC스포츠플러스 박재홍 해설위원은 한명재 캐스터에게 위와 같이 얘기했다. KIA 박찬호가 5-3으로 앞선 6회초에 1타점 적시타를 날린 뒤 비디오판독 끝 2루 도루에 성공한 장면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당시 박찬호의 도루는 최초 세이프 판정이 나왔으나 두산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실제 두산 포수 장승현의 2루 송구가 좋았고, 유격수 김재호가 박찬호를 기다릴 정도였다. 그런데 박찬호의 슬라이딩 테크닉이 워낙 빼어났다. 김재호의 태그를 피해 절묘하게 베이스를 점유했다.
박재홍 해설위원은 “슬라이딩의 위력이다. 공이 먼저 도착했는데 슬라이딩이 빨랐다. 순간적으로 속도를 올렸다”라고 했다. 이는 박찬호의 시즌 12번째 도루. 신민재(LG), 정수빈(두산)과 함께 리그 도루 공동 2위다. 20도루를 넘어 30도루가 가능한 페이스.
박찬호의 도루는 성공률도 높다. 85.7%다. 정수빈이 75%, 신민재가 70.6%인걸 감안하면 박찬호의 영양가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 참고로 도루 1위 김혜성(키움,14개)은 성공률도 100%다. 10도루 이상 기록한 선수들 중 김혜성 다음으로 성공률이 높다. 이른바 ‘고급 도둑’이다.
박재홍 해설위원은 좀 더 근본적인 얘기를 하고 싶었다. 한명재 캐스터에게 “(도루할 때)왼발을 먼저 뛰는 게 좋을까요, 오른발을 먼저 뛰는 게 좋을까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른발을 먼저 움직이는 게 좋다”라고 했다.
상식적으로 오른발이 왼발보다 2루에 가깝게 있기 때문에, 오른발부터 움직여야 보폭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박재홍 위원은 “도루가 안 좋은 선수들이 왼발이 먼저 움직이는데, 그러면 돌아가게 된다. 물론 어느 발부터 먼저 가도 도루만 잘하면 OK다, 그러나 이건(오른발부터 먼저 움직이는 것) 과학적으로 증명됐다”라고 했다.
여기에 박찬호의 스킬이 또 있다. 당연히 오른발을 먼저 움직이는데, 순간적으로 오른발을 살짝 뒤로 뺐다가 스타트를 끊었다. 박재홍 위원이 진짜 하고 싶은 얘기. 그는 “박찬호가 도루할 때 보면, 오른발을 뒤로 빼고 스타트한다. 오른발을 뒤로 빼야 추진력을 빠르게 해서, 앞으로 방향성을 잡아서 뛸 수 있다”라고 했다.
쉽게 말해 전력질주를 할 때, 도움닫기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냥 서 있는 채로 스타트를 끊는 것보다, 몸에 살짝 반동을 주면 추진력이 배가된다. 박찬호는 도루를 할 때 오른발이 그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2루에 도달하는 순간에도 스피드가 살아있던 건, 이런 이유가 있었다.
사실 박찬호는 이날 5회말 점프캐치가 큰 주목을 받았다. 실제 경기흐름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 슈퍼플레이였다. 그에 못지 않게 도루의 스킬도 주목할 만했다. 이날 그는 공수주에서 스탯을 넘어 상당히 영양가 높은 플레이를 했다.
아울러 도루를 잘 하는 선수들이 흔히 사용하는 테크닉이라고 해도, 현역 시절 통산 267도루에 성공한 박재홍 위원의 눈썰미 또한 대단했다.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정보와 재미를 줬다.
[박찬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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