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차정숙' 김대진 감독에 물었다…#엄정화·김병철 #로이의 여친? #크론병 [MD인터뷰] (종합)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배우들에게 '저는 멍석을 깔아줄테니, 잘 놀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어요. 역량 있는 배우들이 그 생각 이상으로 잘해줬죠."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람 연출 김대진 김정욱)의 여정을 마친 김대진 감독을 만났다.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 누군가의 아내이자 며느리, 그리고 엄마였던 차정숙이 생사의 갈림길을 지나고서야 '나'를 찾아 나서게 된 다이내믹한 인생 봉합기가 세상 모든 '차정숙'들을 소환하며 신드롬급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작품을 마친 소회는 어떨까. 김대진 감독은 "사실 이렇게 흥행이 될 줄은 몰랐다. (방송 전) 내부 시사회를 열었는데, 축 처지는 분위기더라. 당시에는 엄정화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의외로 이렇게 터지니까 엄정화도 나도 그제서야 안심을 좀 한 것 같다"면서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여자 주인공 드라마가 많았지 않나? '일타스캔들', '길복순', '대행사', '퀸메이커', '더 글로리'까지 다 잘되니까. 작품도 중요하지만 내 나름대로는 엄정화를 생각하게 되더라. 결과적으로 작품이 잘된 것도 좋지만, 엄정화가 잘된 것도 기분이 좋다"고 털어놨다.

우선 화제가 된 엔딩에 대해 물었다. 김대진 감독은 본인이 연출한 작품의 엔딩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그는 "인물들이 엔딩에서 각자의 행보를 걷는다는 것은 일찍부터 이야기가 됐던 부분이었다. 엔딩이 합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누굴 미워하는 것보다 세월을 견딘 뒤에 각자 살아가는 인생이 그려지는 것이 이 드라마의 엔딩과 맞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시청자들이 품고 있는 몇 가지 궁금증도 물었다. 극중 백마 탄 왕자님이었던 로이킴(민우혁)에게 꼭 다른 여자친구가 생겨야 했냐는 물음에, 김 감독은 "사실 나도 작가님에게 이건 빼자라는 얘기를 했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현실적이면 좋을 부분과 판타지로 남는 것이 더 좋을 부분이 존재하지 않냐? 로이킴이라는 인물은 판타지로 남겨두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권유를 했었다. 그런데 작가님은 서른 넘은 남자가 끝까지 차정숙만 바라보는 것도 이상하지 않냐고 하더라. 물론 처음부터 둘을 연결 시킬 생각은 없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민우혁도 서운함이 있었지만, 최소한의 분량으로 담아내기로 했다"고 고백했다.

서인호(김병철)와 최승희(명세빈)의 관계에 묘한 여운을 남긴 것에 대해서도 "아이가 있으니까 헤어져도 외면할 수 없는 관계 아니겠나? 시청자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있었을 수 있지만, 인호가 정숙과 승희 양쪽에 끌려다니면서 더 피곤한 삶을 사는 게, 그게 어떻게 보면 인호의 업보라는 생각도 했다. 이 드라마 입장에서 표현할 수 있는 인호의 업보는 결국 혼자 남겨두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작품 중간 이슈가 된 크론병 논란에 대한 재차 사과도 있었다. 김대진 감독은 "의도와 달리 시청자가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었다. 크론병 환자와 가족들이 상처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 죄송하다. 그 부분에 대해 통감을 하고 있다"며 "해당 장면에 대한 후속 조치는 방송사와 한 번 더 논의를 해볼 생각이다. 감독이 방송사의 직원이라면 단계가 오히려 간단할 수 있는데, 지금은 프리랜서로 제작을 하니까 그것이 좀 복잡하다. 방송사가 결심을 해야하고, 또 수많은 채널로 방송이 되다보니 그렇다. 특히 글로벌 OTT는 계약서만 500페이지가 넘으니까 무엇 하나를 바꾸는 것이 엄청나게 큰 문제더라. 지역마다 나가는 시점의 차이도 있고, 번역의 문제도 있고…. 무엇 하나를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였다. 안하려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것에 대해서도 방송사와 다시 한 번 상의를 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서 김대진 감독이 가장 공들여 이야기한 부분은 주연 배우들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었다. 특히 엄정화에 대해 "엄정화는 내가 합류했을 때 이미 캐스팅이 되어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엄정화는 연예 분야의 오타니랄까, 정확하게는 오타니가 야구계의 엄정화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 하다. 대한민국에서 연기로도, 음악으로도 최정상에 선 사람은 엄정화가 처음 아닌가. 그 이후에는 아이유, 수지가 생겼지만. 엄정화는 그만큼 너무나 대단한 사람이다. 실제로도 엄정화를 만났을 때 놀란 것은 엄정화라는 사람이 가진 아우라였다. 그러면서도 옆집 누나 같은 매력을 가진 사람이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또 서인호라는 캐릭터에 대한 반응을 보고는 '김병철이 정말 좋은 배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서인호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정말 김병철의 역량이다. 김병철이라는 배우의 연기는 피아노로 따지면 검은 건반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플랫, 샵을 다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여기에 엄정화라는 메이저 코드가 붙은 것이 우리 작품이다. 이 두 배우가 너무 조화롭게 잘 만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대진 감독. 사진 = 강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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