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음주파동'에 조용히 묻힌 'KBO 최초 기록'...소년장사는 기뻐하지 않았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KBO 역사를 새로 쓴 최초의 기록이었다. 한국 프로야구가 시작된 이후 41년 동안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걸 SSG 랜더스 최정(36)이 해냈다.

최정은 1일 인천 SSG랜스필드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3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이날 경기에서 최정은 3회와 4회 삼성 양창섭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포를 가동하며 18시즌 연속 10홈런이란 대기록을 달성했다. 또한 KBO리그 역대 4번째 1400타점을 기록한 홈런이기도 했다. 이 기록은 최연소(36년 3개월 4일) 타점 기록이었다.

이렇게 KBO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중요한 홈런이었지만 최정은 표정은 밝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 무표정한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돌았고 3루 베이스를 밟은 뒤 손가락 하트 세리머니를 했다.

18년 전 신인 시절부터 시원한 장타를 뽑아내던 '소년장사' 최정은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가 됐다. 이제는 '소년장사'가 아닌 '홈런공장장'이라 불리며 매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이어가고 있다. 18시즌 연속 10홈런이란 독보적인 기록을 세우며 장종훈(1988~2002년)과 양준혁(1993~2007년)의 15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은 이미 오래전에 넘어섰다.

'KBO 레전드'들을 넘어 전설로 한 걸음 더 올라선 최정이다. 이제 최정의 목표는 KBO 통산 최다홈런이다. 통산 439호 홈런을 터트린 최정은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현역 시절 기록한 467홈런에 28개 차이로 접근했다.

이렇게 역사에 기록될 홈런이었지만 최정의 대기록은 'WBC 음주파동' 사건에 조용히 묻혔다. 최근 야구계는 WBC 대표팀 음주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김광현(SSG), 이용찬(NC), 정철원(두산)이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기간 중 도쿄 아카사카에서 음주한 사실이 밝혀지며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날 경기 전 해당 선수들은 최초 보도된 내용과는 달리 이동일과 휴식일에 술을 마셨고 '룸살롱'이 아닌 '스낵바'에서 음주했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여론이 좋지 않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배경에 선수들의 일탈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에 야구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최정의 홈런은 KBO 역사를 새로 쓴 대기록이지만 한국야구를 바라보는 팬들의 실망에 이렇게 조용히 묻혔다.

[KBO 최초 18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SSG 최정.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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