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는게 일상"이라던 김광현, 차라리 당당히 '회식'을 하지 그랬나?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우리는 항상 조심스럽다. 눈치 보는게 일상이다"

SSG 랜더스 김광현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조별리그 1차전 호주와 맞대결에 앞서 도쿄돔에서의 첫 훈련을 가진 뒤 취재진과 인터뷰의 시간을 가졌다. 당시 취재진과 수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던 중 일본 WBC 대표팀의 '회식'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미야자키 캠프에서 WBC를 준비하던 일본 대표팀은 '맏형'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주도 속에 2월부터 대회가 임박한 시기에도 단체 회식을 진행했다. 메이저리거들이 합류한 뒤 진행된 회식에서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모습을 드러내 '단합'을 위해 힘썼다.

김광현은 취재진으로부터 '일본 대표팀은 나고야에서 회식을 했다고 한다'는 말을 전해듣자 "회식을 했대요?"라고 반문하더니 "우리는 8강을 간 뒤, 좋은 성적으로 올라가서 회식을 해야 할 것 같다. 경기 전에 회식을 하면 또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우리는 항상 조심스럽다. 눈치 보는 것이 일상"이라고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국제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굳이 구설수를 만들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국가 대항전이 갖는 무게감을 고려했을 때 김광현의 말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이는 김광현이 7일 오사카에서 오릭스 버팔로스와 연습경기를 마치고 도쿄로 이동해 술을 마신 것이 알려지기 전까지.

WBC가 종료된지 무려 두 달이 넘는 시간이 흐른가운데 다소 믿기 힘든 소식이 전해졌다. 한 매체는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에 승선한 김광현과 이용찬(NC 다이노스), 정철원(두산 베어스)이 WBC 기간 중 도쿄 아카사카에서 음주를 한 사실을 보도했다. 매체는 해당 선수들이 '룸살롱'에서 음주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보도를 접한 KBO는 다급히 움직였다. KBO는 지난달 30일 경기 종료 직후부터 개별조사를 시작, 31일 오전 9시 허구연 총재와 사무총장 및 관련 부서 담당자가 참석한 관련 회의를 진행했고, WBC에 출전했던 선수들에게 경위서를 받는 등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의혹이 제기된 세 명을 제외한 선수들에게서는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문제는 세 명의 선수였다. 해당 선수들은 대회기간 동안 경기가 있는 전날 밤에는 유흥업소에 출입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한 7일과 휴식일 전날 10일 유흥업소에 출입했다고 전했다. 당초 '룸살롱'에서 술을 마셨다고 언급됐으나, 해당 선수들은 '스낵바'에 출입했다고 주장했다.

KBO와 각 구단들은 그동안 해당 선수들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1일 경기 개시에 앞서 김광현과 이용찬, 정철원이 취재진 앞에서 모두 고개를 숙였다. 세 명 모두 '죄송하다"고 입을 모으며 "KBO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어떠한 처벌과 질책도 모두 달게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광현이 제출한 경의서가 사실이라면, 그는 대표팀이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한 7일 음주를 했다. 그리고 8일 오전 10시에 진행된 인터뷰를 돌아보면 참으로 뻔뻔했다. 이미 한차례 술자리를 가진 후 '회식'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조심스럽다. 눈치보는 것이 일상"이라는 말을 뱉은 까닭이다.

경위서가 사실이 아니고 최초 해당 내용을 보도한 매체의 주장이 맞다면 김광현의 술자리는 8일. 그렇다면 취재진 앞에서 지키지도 못할 말을 꺼낸 뒤 술자리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술을 마신 시기는 이번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김광현은 눈치를 보는 척만하는 등 팬들을 기만하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

대표팀의 최고참을 비롯해 막내까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기간을 참지 못했다.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성적이 나오지 않고 부진했던 것도 당연했다.

기분 전환이든 뭐든 필요했다면 차라리 당당히 회식을 하는 것이 나았다. 전장에 나서는 용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내려 전의를 북돋는 것은 오래된 관례다. 일본 대표팀이 오타니까지 참석한 회식으로 팀워크를 다졌듯, 차라리 우리 대표팀도 회식 자리를 만들어 부담도 조금이나마 잊고 분위기를 전환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백번 나았다. 물론 일각에서는 좋지 않은 시선을 보냈을 수도 있지만 그런 자리에는 그래도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KBO리그의 '간판' 투수로서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밟고, 수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승승장구했던 김광현은 명분도 체면도 잃고 결국 앞과 뒤가 다른 선수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말았다.

[WBC 기간 중 음주 논란에 고개를 숙인 김광현, WBC 당시의 김광현.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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