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언제까지 '언더 더 씨'에 머물 것인가[MD칼럼]

[곽명동의 씨네톡]

인간은 모르는 것을 두려워한다. 무지는 공포를 낳는다.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에는 바닷물을 게걸스럽게 삼킨 후 토해내 소용돌이를 만드는 카리브디스, 열대 개의 발과 여섯 개의 머리를 가진 스킬라가 등장한다. 가장 유명한 바다괴물은 크라켄이다. 2킬로미터가 넘는 거대한 오징어로, 범선을 습격해 선원을 모두 잡아 먹는 것으로 알려진 공포의 괴물이다. 영화 ‘인어공주’ 속 육지에 사는 인간들은 이러한 종류의 신화에 겁을 먹고 바다를 두려워하며, 인어를 포함한 그들과의 접촉을 금기시한다.

‘의인화된’ 인어도 마찬가지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그들은 육지의 인간을 ‘야만인’으로 부른다. 아틀란티카 바다의 왕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은 사랑하는 막내 딸 에리얼(할리 베일리)에게 절대 인간을 만나지 말라고 경고한다. 인간은 무서운 존재이기 때문에 가까이하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한다. 이렇듯 양측이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공포심을 갖고 상대를 악마로 규정하면 편견과 왜곡된 세상에 갇혀 버린다. 새로운 세상을 접할 기회는 없어지고, 서로 적대감만 쌓이기 마련이다.

‘인어공주’의 유명 OST ‘언더 더 씨’(바닷 속 세상)는 인간세계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에리얼에게 궁중 음악가 세바스찬이 들려주는 노래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언더 더 씨’는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는 바닷 속 평온한 세상을 예찬한다. “에리얼, 내 말 좀 들어봐. 인간 세상은 엉망진창이야. 바닷 속 세상은 어디보다도 더 좋아. 뭘 더 원해?” 에리얼을 회유해 아름다운 심해에서 평화롭게 살자는 제안이다. 비판적으로 접근하면, 이 노래는 ‘어떤 변화를 갈망하지 말고 지금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살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대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방법은 호기심을 발휘하는 것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인간의 망원경을 처음으로 갖고 노는 캐릭터는 바닷새 ‘스커틀’이었다. 롭 마샬 감독은 영화에서 그 망원경을 처음부터 에리얼이 갖도록 했다. 망원경은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도구다. 멀리 있는 대상을 자신 앞으로 가깝게 끌어 당겨 진실을 볼수 있도록 도와준다. 에릭 왕자(조나 하우어-킹) 역시 궁금증을 참지 못한다. 그는 에리얼과 함께 지도를 펼쳐 놓고 먼 세상으로 탐험을 떠날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롭 마샬 감독이 ‘인어공주’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에리얼과 에릭 왕자의 로맨스가 아니라 서로 대립하고 반목하는 두 세계가 호기심을 갖고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앞으로 나가자는 메시지다. 두 인물 모두 부모에 의해 ‘갇혀있다’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떠난다. 그들은 호기심의 망원경으로 편견의 벽을 무너뜨렸다. 편견에 머무르면 편안하겠지만,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언더 더 씨’를 부르며 달콤한 안락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바닷 속 세상을 박차고 나와 흥미로운 모험을 즐길 것인가. ‘인어공주’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사진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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