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성이 홈런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이유는...이종범 코치 때문에?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지난 19일 한화 채은성은 친정팀 LG를 상대하는 첫 타석부터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켈리의 4구째 커브가 가운데로 몰렸고 채은성은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큰 타구로 잠실야구장을 찾은 양 팀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채은성의 표정을 밝지 않았고 무표정한 모습으로 별다른 세리머니 없이 그라운드를 돌았다. 평상시 채은성이라면 홈런을 친 뒤 오른손을 높이 든 검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기뻐하지만, 이날을 아무런 제스처를 하지 않았다. 채은성이 세리머니 없이 조용히 홈을 밟은 건 친정팀에 대한 예우이기도 했지만, 경기 전 LG 이종범 코치와의 약속이기도 했다.

경기 시작 전 채은성은 그라운드로 일찍 나와 LG 코칭스탭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특이 이종범 코치와는 세리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장난쳤다. 이종범 코치가 채은성의 손가락 홈런 세리머니를 따라 하며 약올리자, 채은성은 오늘은 하지 않겠다며 응수했다.

그런데 이 말이 사실이 된 것이다. 채은성은 첫 타석부터 홈런을 기록했고 이종범 코치와 약속한 대로 손가락 세리머니 없이 조용히 기뻐했다.

이렇게 약속을 지킨 채은성은 이날 홈런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제 몫을 해냈다.

한편 한화는 안정적인 마운드에 비해 부실한 타격으로 좀처럼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심타선에서 채은성만 제 몫을 할 뿐 노시환, 오그래디, 김인환 등 중심타선에 있어야 할 선수들의 타격이 심각한 수준이다.

개막 후 15경기에서 0.377의 고타율을 기록하던 노시환도 최근 7경기에서 35타석 무안타다. 타격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으며 이 기간에 삼진을 8개나 당했다. 오그래디는 더 심각하다. 1군에서 말소됐다가 복귀했지만 5경기에서 18타수 2안타 타율 0.118로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다시 2군으로 내려갔고 언제 다시 1군에 올라올지는 미지수다. 김인환도 최근 7경기에서 타율 0.148로 부진하다. 특히 28타수에서 10삼진을 당할 만큼 전혀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한화의 팀 타율은 0.222로 리그 최하위다. 그런데 지난주 6경기 팀 타율은 0.176으로 2할도 안 되는 타율로 바닥을 치고 있다. 최근 한화를 상대하는 팀들은 '한화 타선은 채은성만 막으면 된다'라는 공식이 성립됐다. 8타석을 쉬어가고 1타석만 신경 쓰면 되는 타선이 한화다.

[경기 전 LG 이종범 코치와 홈런 세리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한화 채은성.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