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번→22번'...채은성이 김현수와 같은 등번호로 바꾼 이유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야구선수에게 등번호는 단순한 숫자 이상을 의미한다. 팀의 간판스타라면 몇 번 하면 그 선수 이름이 떠오를 만큼, 등번호는 그 선수를 나타내는 상징이다. 그래서 선수는 등번호를 결정할 때 자기 자신만의 이유가 있다.

한화 채은성은 지난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LG에서 한화로 유니폼을 바꿔 입으며 22번을 등번호로 선택했다.

채은성은 LG에서 102번, 54번, 00번, 55번을 사용했다. 그중에서도 55번은 지난 2016년 1군 주전 선수로 자리 잡은 후 7년간 쓰던 번호로 채은성에게는 행운의 번호다. 육성선수로 입단해 FA 대박을 터트린 채은성에게 55번은 인생 번호다. 하지만 그는 한화로 이적 후 55번 아닌 22번을 달았다.

채은성은 왜 22번을 선택했을까

22번을 선택한 건 많은 이유가 있다. 그중 한 가지가 LG 김현수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었다. 김현수는 2018년 LG로 FA 이적하면서 22번을 등번호로 달았다. 두산 시절 달았던 50번이 아닌 22번을 달고 새롭게 야구를 시작했다.

채은성은 김현수와 LG에서 5년간 함께하며 김현수가 LG 문화를 바꿔 놓은 걸 직접 보고 경험했다. 김현수는 LG 타선을 강하게 함은 물론 팀 문화까지 바꿔 놓으며 LG를 지속적인 강팀으로 바꿔 놨다. 김현수 같은 최고 연봉 베테랑이 끊임없이 노력하며 솔선수범하니 젊은 선수들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팀 전체에 바람직한 문화가 확산되면서 선순환 효과를 가져와 현재 LG는 리그 최강의 뎁스를 자랑한다.

채은성은 이런 김현수를 보고 배웠고 '한화의 김현수'가 되고자 김현수와 같은 22번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도 김현수와 채은성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두 선수는 팀을 이끌어가는 베테랑이기에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한화에는 노시환, 정은원, 김인환 등 앞으로 성장해야 할 선수들이 많다. 그들은 채은성의 훈련 모습과 마음가짐을 보고 배운다.

지난해 한화는 잘 맞은 타구가 잡히거나 야구가 풀리지 않을 때 헬멧을 집어 던지거나 배트를 부수며 자기감정을 표출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채은성에게 배웠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며 성실하게 야구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채은성은 김현수에게 고참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보고 많이 배웠다. 채은성은 이제 어린 선수들이 많은 한화에서 김현수처럼 팀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LG 김현수와 한화 채은성은 똑같은 등번호 22번을 달고 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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