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나오면, 돌려받을 거야"…'최고 4700만원' 시계 선물, 오타니&눗바의 약속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2026년 돌아오지 않으면 돌려받을 거야!"

일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미국 대표팀과 맞대결에서 3-2로 승리하며, 2009년 이후 무려 1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6년부터 시작된 WBC에서의 성적은 우승-우승-3위-3위-우승으로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일본 대표팀에는 일본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며 우승에 큰 힘을 보탰던 선수가 있다. 바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고 있는 라스 눗바. WBC의 경우 부모님의 국적으로도 대표팀에 참가할 수 있는데, 일본계 어머니를 둔 눗바는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신분에도 일본 대표팀으로 참가하게 됐다.

눗바는 미국과 결승전, 멕시코와 준결승전에서는 이렇다 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B조 조별리그와 8강까지는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다. 그리고 한국과 맞대결에서는 다이빙 캐치로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는 등 탄탄한 수비까지 선보이기도 했다. WBC 성적은 7경기에 출전해 7안타 4타점 7득점 타율 0.269(26타수 7안타) OPS 0.693을 기록했다.

눗바는 기존의 일본 선수들보다 대표팀에 더 잘 녹아들었다. 눗바는 세인트루이스에서 하던 '후추 그라인더' 세리머니를 일본 대표팀에 전파, 모든 선수들이 이를 따라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조별리그에서의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팬심까지 단번에 사로잡았다. 눗바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도쿄돔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등장할 때만큼의 뜨거운 환호가 쏟아지기도 했다.

24일 일본 '스포츠 호치'에 따르면 눗바는 WBC가 끝난 뒤 오타니에게 고급 시계를 선물 받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오타니는 눗바가 일본 대표팀으로 뛸 수 있게 도움을 준 1등 공신이다. 눗바는 지난해 세인트루이스에서 뛰고 있을 당시 오타니의 통역인 미즈하라 잇페이로부터 깜짝 연락을 받았다. 미즈하라는 눗바가 일본 대표팀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서류 구비를 도와주는 등 물심양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리고 오타니는 눗바의 적응을 위해 가장 먼저 '후추 그라인더' 세리머니를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스포츠 호치'는 "눗바가 팀을 떠나기 전 오타니로부터 선물을 받았다"며 "일본의 최고급 브랜드 그랜드 세이코의 손목시계"라고 전했다. '그랜드 세이코' 시계는 최소 몇백만원, 최대 5000만원에 이르는 세이코 브랜드에서는 가장 높은 등급의 시계. 오타니는 현재 일본에서 세이코의 모델로 활동 중이다. 오타니는 눗바에게 그랜드 세이코 시계를 선물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바로 2026년 열릴 예정인 WBC에서도 일본 대표팀으로 참석해달라는 것이었다.

'스포츠 호치'에 따르면 눗바는 "오티니가 '2026년 WBC에 출전하지 않거나, 다른 나라를 대표한다면 선물을 돌려받을 거야'라고 했다"고 활짝 웃었다. 계속해서 그는 "일본 대표팀 외에는 WBC에 나갈 일은 없을 것 같다. 일본의 강한 유대감을 느낀 지금 더 이상 다른 나라의 대표 선수가 될 수 없다. 3년 후에 뽑혔을 때는 조금 더 일본어를 잘하고 싶다. 오타니와는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도 그렇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벌써부터 오타니가 그립다"고 말했다.

오타니와 눗바가 맺은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는 2026년 WBC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타니가 6일 오후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진행된 WBC 일본 대표팀과 한신 타이거스의 경기에서 3회말 2사 1.2루서 3점 홈런을 친 뒤 눗바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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