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팔의 투타겸업', 무안타→수비실책→제구불안...자칫 두 마리 토끼 다 놓칠 수 있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한국에도 오타니 쇼헤이 같은 '이도류'가 탄생할 것인가, 아니면 전도유망한 선수가 프로의 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할 것인가

키움 히어로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장재영(21)을 투타를 겸업하는 선발투수로 성장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장재영은 덕수고 시절 150km 중후반의 강속구로 59⅓이닝 5승 2패 평균자책점 3.20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받던 선수였다. 또한 타석에서도 파워 히터로 곧잘 타격을 하며 타율 0.350(80타수 28안타) 3홈런 26타점 OPS 1.105로 천부적인 재능을 뽐냈다.

신인 역대 2번째 최고액인 계약금 9억 원에 키움에 입단한 장재영은 대부분의 선수가 그러하듯 한 포지션에 집중하기 위해 투수를 선택했다. 150km 이상 쉽게 던지는 매력적인 원석인 건 분명했지만 늘 제구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 프로 입단 후 지난 2년 동안 33경기 1패 평균자책 8.53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투수로도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는 데 키움은 왜 그에게 투타 겸업을 제안했을까. 홍원기 감독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타석에 들어설 기회를 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장재영은 지난겨울 호주프로야구리그(ABL) 질롱 코리아에서 투타 겸업을 하며 효과를 봤다. 비록 타석에서는 6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마운드에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줬다. 질롱에서 선발 투수로 나서 6경기 1승 3패 30이닝 9볼넷 37탈삼진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했다. 심리적인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투타 겸업 후 제구가 안정된 것이다.

그리고 현재 시범경기에서도 투타 겸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타석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볼넷을 얻어 출루한 적은 있지만 안타가 없다. 연습 배팅에서는 제법 큰 비거리를 뽐내지만 실전은 다르다. 전체적으로 타이밍이 늦다. 패스트볼은 물론 브레이킹볼에 대응하는 배트 스피드가 느리다.

거기다가 우익수 수비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에서 KIA 황대인의 외야플라이 때 2루수 이승원과의 콜사인 미스로 2루타를 헌납했다.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정규리그에서는 나와선 안될 수비였다.

공격과 수비에서 아직까지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장재영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투타 겸업을 선언하긴 했지만 타자보다는 투수로 성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크다. 장재영도 "투수를 더 잘하기 위해서"라며 투수 쪽에 확실히 더 큰 비중을 뒀다. 아직까지 타석에서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장재영이지만 투수로서는 시범경기 두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1승 6볼넷 3탈삼진 평균자책점 1.80으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9억 팔의 사나이' 장재영이 한국의 오타니 '이도류'로 성공할 수 있을지 올 시즌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 시즌 투타 겸업을 선언한 키움 장재영.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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