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훌륭한 투수이자 타자"…'ML 427홈런' 명예의 전당 사령탑의 극찬 [MD도쿄]

[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박승환 기자] "정말 훌륭하다"

오타니 쇼헤이는 16일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준결승(8강) 이탈리아 대표팀과 맞대결에 선발 투수로 4⅔이닝 동안 투구수 71구, 4피안타 5탈삼진 3사사구 2실점(2자책), 타자로 4타수 1안타 2득점 1볼넷으로 활약, 일본 대표팀의 4강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이날 오타니는 지난 9일 B조 조별리그 1차전 선발투수, 3번 타자 '이도류'로 출전했던 중국전에서의 모습과는 달랐다. 오타니는 1회초 수비에서 1구, 1구를 던질 때마다 도쿄돔 내부가 쩌렁쩌렁 울려퍼지듯 '악!' 소리를 내질렀다. 중국과 경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 메이저리그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장면. 특히 우렁찬 기합은 오타니가 이탈리아전에 얼마나 진심으로 임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B조 조별리그 경기와 달리 원정팀의 응원소리가 없었기에 오타니의 기합 소리는 매우 크게 와닿았다. 도쿄돔을 방문한 팬들은 물론 TV를 통해 오타니의 등판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도 쉽게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끝맺음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오타니는 1회부터 99.6마일(약 160.2km)을 기록, 2회 102마일(약 164.2km)의 빠른 볼을 뿌렸고, 148km의 포크볼을 곁들이며 현역 빅리거들이 포진된 이탈리아 타선을 상대로 모든 것을 쏟아냈다.

타자로는 많은 안타를 생산하지는 못했지만, 팽팽한 투수전 흐름을 한순간에 뒤엎었다. 오타니는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3회 1사 1루에서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오타니가 번트를 시도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없기에 더욱 생소했다. 오타니의 기습번트는 이탈리아의 내야를 흔드는데 성공했고, 상대 실책에 힘입어 1사 1, 3루 찬스를 만들어냈다. 오타니 덕분에 일본은 선취점을 손에 넣었고, 오카모토 카즈마의 스리런포를 바탕으로 경기 초반부터 흐름을 장악했다.

분명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과 이탈리아 사령탑에게 오타니의 모습은 분명 인상깊게 각인됐다. 특히 오타니가 니혼햄 파이터스에 입단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기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쿠리야마 히데키 일본 WBC 사령탑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그동안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팬들 마음에도 와닿았을 것"이라고 운을 떼며 "(오타니) 쇼헤이가 1구, 1구 소리를 내어가며 어떻게든 하고 싶다는 것이 느껴졌을 것이다. 모두에게 전달이 됐을 것"이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1988년 신인드래프트 62라운드 전체 1390순위로 LA 다저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해 뉴욕 메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에서 뛰며 통산 올스타 12회(1993-2002, 2004, 2005), 실버슬러거 10회(1993-2002)를 수상, 16시즌 동안 1912경기에 출전해 2127안타 427홈런 1335타점 1048득점 타율 0.308 OPS 0.922을 기록, 2016년 83%의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 마이크 피아자 감독도 극찬을 쏟아냈다.

피아자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오타니는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오타니에게 번트 안타를 내준 상황에 대해 "나는 스카우팅 리포트, 수비 코치를 믿고 있었다. 그가 번트를 했나? 정말 놀랐다"고 활짝웃었다. 이어 "오타니는 훌륭한 타자이자 투수다. 특히 아웃시키를 것이 어려운 타자다. 1회 직선타, 훌륭한 타구였지만, 우리 수비가 좋았다. 하지만 오타니는 우리의 수비를 순식간에 이해하고 번트를 댔던 것 같다. 정말 훌륭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타니가 정규시즌에도 잘 하지 않았던 번트를 시도했던 것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팽팽한 투수전 흐름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보다 이탈리아의 수비 시프트를 깨기 위함이었다. 그는 "이탈리아가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하고 있었다. 조금 더 확실하게 득점권 찬스를 만드는 번트가 좋았으나, 결과적으로 그 이상(1, 3루)의 찬스를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오타니를 앞세워 이탈리아를 격파한 일본은 이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이동해 준결승전을 치른다. 그는 "오늘처럼 한 경기가 중요한 상황이다. 한 번의 공격과 투구가 더 중요해진다. 마지막까지 1점을 더 뽑겠다는 생각으로 모두 열심히 하고 싶다"며 "오랜만에 단기전이라 독특한 긴장감이나,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앞으로 2경기가 남았는데, 정신 차리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본 오타니가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 중국의 경기에서 타격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 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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