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짜리 ‘박정희 숭모관’ 논란에…폭발한 진중권 “‘사적미신’에 왜 내 세금이”

▲진중권 광운대학교 교수.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유튜브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경상북도 구미시가 1000억원을 들여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숭모관을 건립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진중권 광운대학교 특임교수가 "이걸 왜 국비로 지급하나"라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3일 디지털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진중권 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 링크와 함께 "구미시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그들이 신봉하는 사적 미신에 왜 내 세금이 들어가야 하는지"라며 이같이 밝혔다.

구미시는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 위상에 걸맞은 추모 공간을 새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규모 약 60㎡인 기존 추모관은 낡고 협소한 데다 비탈길에 위치해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를 대신할 숭모관 건립 예상 비용 규모는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구미시는 확보한 예산 5000만원으로 오는 7월까지 타당성 조사 및 숭모관 규모·형식 등 건립 방향에 대한 논의와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마친 뒤 바로 건립 실시설계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일부 시민단체들은 비판을 목소리를 냈다. 박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시 상모동에는 이미 박 전 대통령 동상, 역사자료관 등 여러 시설이 들어서 있는데, 여기에 막대한 비용을 추가로 들여 새로운 시설을 짓는 것은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다.

구미경실련은 반대 성명을 내고 "최근 공무원 해외연수비 지원 논란에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채, 1000억원 규모의 숭모관을 건립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며 "난방비 폭탄, 고물가, 고금리시대에 1000억원이 들어갈 박정희 숭모관 건립은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구미YMCA도 성명을 통해 "코로나 시기를 지나 최근 가스비, 기름값, 전기세 등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서민들의 삶은 힘들어지고 있다"며 "기업은 수도권으로 해외로 자리를 옮겨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데 구미시장은 박 전 대통령 추모사업에만 혈안이 돼 있으니 시민들의 궁핍해지는 삶은 언제 나아질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을 진정으로 추모하려면, 그 정신을 본받아야지 동상을 세우고 유물을 전시하고 숭모관을 거대하게 짓는다고 시민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서 "김장호 구미시장은 숭모관 건립계획을 철회하고 구미시민들의 민생과 지역경제회복에 힘쓰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숭모관 건립을 두고 반발이 격화되자, 구미시는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구미시는 "총 비용 중 907억은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에 사용되며, 이 사업은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 아니라 새마을 운동의 가치를 계승하고, 부족한 휴양·문화생활을 보완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1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숭모관이 협소하다며 개선 방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생가에 머물며 박동진 생가보존회 이사장에게 내부에 전시된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생전 사진에 대한 소개를 듣고 환담을 나눴다.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위대한 지도자가 이끈 위대한 미래, 국민과 함께 잊지 않고 이어가겠습니다. 2023.2.1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이라는 글을 남겼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