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실습생 사망사건이 영화로…결코 없어야 할 '다음 소희' [마데핫리뷰]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2017년 1월 23일, 특성화고 졸업을 앞둔 여고생이 저수지에서 투신자살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전주의 한 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하던 이 학생은 스스로 목숨 끊기 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주리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다음 소희'는 전주 콜센터 여고생의 죽음을 소재로 한 영화다. 열악한 환경 속 고객을 응대하는 감정노동자들의 실태를 지독하리만큼 사실적으로 재현해 둘러싼 문제를 속속 들춘다.

열여덟의 소희(김시은)는 춤추기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똑 부러지면서 씩씩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초보 BJ 절친 쭈니(정회린)를 낮잡아 보는 목소리가 들려오면 대신 나서 욕을 날려준다.

졸업을 앞둔 소희는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다. 전공인 애완동물과와 접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담임 선생은 취업률을 운운하며 끝까지 버티라고 거듭 일러둔다.

그렇게 소희는 콜센터 해지 방어팀에 배치된다. 인터넷을 끊으려는 고객을 잘 구슬려 마음을 돌려야 한다. 그러나 첫날의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가 무색하게 고객의 욕설, 성희롱과 100만 원 언저리의 월급, 실적 압박, 막대한 업무량 탓에 점차 미소를 잃어가는 소희다.

그러던 중 팀장 준호(심희섭)가 극단적 선택을 해 세상을 떠난다. 소희는 준호의 죽음 이후 성과에 목숨 걸고 일하기 시작하고 기어이 실적 1위를 달성한다. 하지만 회사가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인센티브 지급을 미루면서 새로 부임한 팀장 보람(최희진)과 마찰을 빚고 징계를 받는다. 결국 소희는 자살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한다.

영화는 1부, 2부로 나뉘어 펼쳐진다. 1부가 소희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2부에서는 소희의 마지막 수개월을 되짚어나가는 형사 유진(배두나)이 중심이다. 과거 춤 연습실에서 우연히 소희를 마주했던 유진은 학교, 콜센터, 교육청을 찾아 소희의 자살은 뚜렷하게 사회 문제라며 수사 확대를 위해 용감하게 싸운다.

'다음 소희'는 지하철, 화력발전소, 생수 공장에서 일하다 너무 어린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된 모든 소희들에게 가닿는다. 그리고 유진의 말을 빌려 '다음' 소희는 결코 없어야 한다고 울부짖는다. "소희만의 이야기, 하나의 사건이 아닌 다음이 영원히 반복되어야만 하는 건지 묻는 마음"이었다는 정 감독의 기획 의도가 단순히 용기에 머무는 게 아닌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한국 영화 최초로 제75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되고 판타지아국제영화제, 아미앵국제영화제, 도쿄필맥스영화제, 핑야오국제영화제를 비롯한 다수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은 '다음 소희'는 오는 8일 개봉한다. 상영 시간은 138분, 15세 이상 관람가다.

[사진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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