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세터' 출신 호랑이 감독이 18세 신인 세터를 키우는 방법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IBK 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은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불리며 이탈리아 리그에도 진출했던 명 세터 출신이다. 세계 최고 배구 리그로 평가받는 이탈리아 리그에서 최고 외국인선수상과 최우수선수상(3회)을 수상한 세계적인 세터였다.

IBK 기업은행은 지난해 조송화 사건 이후 주전 세터를 잃었다. 하지만 김호철 감독 부임 후 만년 백업 세터였던 김하경이 눈부시게 성장했다. 김호철 감독의 엄청난 훈련량에도 힘든 기색 없이 최선을 다해 따라갔던 김하경은 국가대표까지 승선하며 신데렐라 세터가 되었다.

하지만 김호철 감독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IBK 기업은행은 지난 9월 열린 '2022-2023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세터 김윤우(강릉여고)를 1라운드 5순위로 지명했다. IBK 기업은행에는 이미 김하경, 이진, 이솔아 등 3명의 세터가 있었지만 김호철 감독의 선택은 세터였다.

176cm의 장신 세터인 김윤우는 고교 시절부터 기본기가 좋은 세터로 평가받았다. 강릉여고의 핵심 멤버로 활약하며 '2022 정향누리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에서 팀을 4강으로 이끈 선수다. 특히 높고 느린 토스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김호철 감독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를 하기 위해서는 좀 더 훈련이 필요하다. 아직 부족함이 많은 18세 어린 선수지만 김호철 감독은 김윤우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이진, 이솔아가 아닌 김윤우를 교체 세터로 투입하고 있다.

풀타임 주전 세터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하경은 지난 시즌에 비해 토스가 한결 나아졌다. 다만 코트 안에서 멘탈을 꾸준히 잡아야 한다. 김하경은 안정적인 토스를 보여주다가도 몇 차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김호철 감독의 불호령을 듣는 경우가 종종있다. 김호철 감독은 "김하경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가 가끔 혼선이 오는 것 같다. 편안하게 간단하게 생각을 하면 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토스 리듬이 갑자기 깨진다"라고 설명한다.

이럴 때면 김호철 감독은 흔들리는 김하경을 빼고 신인 세터 김윤우를 교체 투입시킨다. 김하경이 흔들리는 부분을 신인 세터 김윤우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아직 경험이 없어 토스가 완벽하지 않지만 신인다운 패기로 팀 공격을 이끈다.

그리고 김호철 감독은 승패에 상관없이 경기가 끝나면 신인 세터 김윤우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칭찬 해준다. 호랑이 감독의 격려와 칭찬을 들은 김윤우는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기뻐한다. 훈련은 고되고 힘들지만 감독의 칭찬에 힘들었던 마음은 사르르 녹는다.

무섭고 엄한 줄로만 알았던 명 세터 출신 호랑이 감독은 18세 신인 세터를 이렇게 성장시키고 있다.

[18세 신인 세터 김윤우를 격려하는 김호철 감독. 사진 = 화성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