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황인범 울렸나...'악플러 공격'에 참았던 눈물 폭발 [MD카타르]

[마이데일리 = 도하(카타르) 이현호 기자] 황인범(26, 올림피아코스)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황인범은 지난 4년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서 핵심 미드필더로 맹활약했다. 2018년 8월에 대표팀 사령탑으로 취임한 벤투 감독은 그해 9월 7일에 코스타리카 상대로 ‘한국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이 경기는 황인범의 A매치 데뷔전이기도 하다.

황인범은 ‘닥주전’으로 자리잡았다. 벤투 감독은 “수비 지역부터 차근차근 패스 플레이를 쌓아가는 후방 빌드업 축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벤투 감독이 그의 축구 철학을 구현하려면 황인범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황인범은 벤투 감독 체제에서 41경기 출전해 4골을 넣었다.

초기에는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때마침 기성용(33, FC서울)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직후여서 기성용과 자주 비교되곤 했다. 황인범을 두고 “벤투 양아들”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황인범은 크게 내색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었다.

결국 스스로 증명했다. 황인범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H조 조별리그 3경기에 풀타임 출전해 한국의 극적인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황인범의 빛나는 빌드업이 있었기에 한국이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 상대로 중원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다. 황인범과 벤투호 선수들은 우렁찬 박수를 받으며 월드컵 16강 무대를 밟았다.

한국의 16강 상대는 FIFA 랭킹 1위 브라질. 한국과 브라질은 5일 오후 10시(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 974에서 16강전을 치렀다. 결과는 1-4 패배. 벤투 감독의 말대로 한국은 충분한 휴식 시간 없이 브라질을 상대했다. 세계 1위의 벽은 높았다. 지칠 대로 지친 한국은 여유로운 브라질을 상대하기에 벅찼다.

브라질전을 마치고 나온 황인범은 “아쉽지만 후회는 남지 않을 것 같다”고 이번 대회를 돌아봤다. 이어 “지난 4년간 노력을 많이 했다. 팀 내부적으로, 외부적으로 많이 흔들렸다.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았음에도 잘 뭉쳤다. 전혀 후회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인범에게 벤투 감독이 어떤 존재인지 묻자 황인범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너무 감사한 분이다. 제가 감독님이라면 많이 흔들렸을 것 같다. 외부에서 ‘저 선수 왜 쓰냐, 무슨 능력이 있길래 쓰냐, 무슨 인맥이 있길래 쓰냐’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감독님은 저를 믿어주셨다. 그분 덕에 제가 앞으로 더 큰 꿈을 갖고...”라며 말을 흐렸다.

황인범은 고개를 돌려 벽을 짚고 한참을 울었다. 더 이상 인터뷰를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황인범은 대표팀 관계자와 취재진의 위로 및 격려를 받으며 경기장을 떠났다. 황인범 옆을 지나가던 동료들도 황인범을 달랬다.

곧이어 황인범 소셜미디어(SNS)에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황인범은 “이 무대에 서기 위해 해온 노력에 어느 정도 보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살면서 느낀 감정 중에서 가장 보람차고 의미 있는 감정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여전히 선수들, 코칭스태프의 노력과 성과에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키보드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키보드 워리어, 즉 악플러들을 향한 일침이었다. 황인범은 “진심으로 응원해주시고 함께 호흡을 해주신 분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기에 잘 충전해서 또 힘을 내보겠다”고 다짐했다.

더욱 단단해진 황인범은 4년 뒤를 바라본다. 2026년에는 북중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공동 개최)에서 월드컵이 열린다. 황금세대 ‘96라인’의 핵심 황인범이 2026년에는 어떤 역사를 쓸지 기대감이 커진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황인범 SNS]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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