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전문 감독'…'8년'의 오명 벗고 떠난다, 굿바이 벤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2014 브라질 월드컵.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 역대 최악의 월드컵으로 기억되는 대회다.

이전 메이저대회였던 유로 2012에서 4강에 올라 더욱 큰 기대를 받았던 포르투갈은 조별리그에서 무너졌다. G조에 편성된 포르투갈은 1차전에서 독일에 0-4 참패를 당했다. 이후 분위기는 반전되지 않았다. 2차전에서 미국과 2-2로 비겼고, 3차전에서 가나에 가까스로 2-1 승리를 거뒀다.

1승1무1패로 조 3위. 독일과 미국에 1, 2위를 내준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당시 포르투갈의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최고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다. 전성기 호날두가 있음었음에도 조별리그 탈락. 용인될 수 없는 결과였다.

그때 포르투갈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이가 바로 파울루 벤투 감독이다. 당연히 경질됐다. 포르투갈의 악몽이자 벤투 감독의 악몽이었다.

이후 벤투 감독은 급격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브라질의 크루제이루, 그리스의 올림피아코스, 중국의 충칭 리판 등 감독을 역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자연스럽게 벤투 감독 이름 앞에는 '실패 전문 지도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사실 이런 실패 이력 때문에 4년 전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할 때도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2022년 벤투 감독은 8년 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실패 감독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졌다. 포르투갈을 이끌고도 해내지 못한 월드컵 16강을 아시아 소속 한국을 이끌고 해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벤투 감독은 월드컵 실패 감독이 아니다. 포르투갈에서 하는 것 보다 더욱 어렵고 힘든 기적을 일궈냈다.

16강 브라질전에서 1-4로 크게 패배하기는 했지만 벤투 감독이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전략과 전술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력을 펼쳤고, 아프리카의 복병 가나를 상대로 강인한 모습을 드러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포르투갈전이었다. 자신의 조국이었다. 자신을 경질한 대표팀이었다. 한국은 극적으로 2-1로 승리했다. 벤투 감독은 조국을 누르고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한국은 12년 만에 사상 두 번째로 원정 16강을 달성했다.

벤투 감독은 한국의 16강을 이끈 후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했다. 한국 대표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4년 한국 축구와 벤투 감독은 '윈윈 효과'를 거뒀다. 한국 축구는 세계적 강호들과 당당히 싸울 수 있는 기술과 자신감을 얻었다. 벤투 감독 역시 오명을 벗고 새로운 자신감을 장착할 수 있게 됐다.

아름다운 이별은 서로의 미래를 응원해주는 것이다. 한국 축구는 벤투가 녹여놓은 철학으로 인해 다음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특히 벤투 감독이 중용했던 황인범, 황희찬, 조규성, 김민재, 이강인 등 미래가 너무나 밝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초석이 될 것이다.

벤투 감독 역시 다음 어떤 커리어를 선택할지 모르지만 한국 대표팀에서의 성과가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다음 커리에서의 선전을 기원한다.

Good bye 벤투. Good luck 벤투.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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