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마스크 썼나, 자괴감이 듭니다[최용재의 까칠한 축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손흥민에게 대표팀에서 빠지란다. 아프면 쉬란다. 포르투갈 전은 다른 선수에게 양보하라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일부 안티팬들의 당당한 목소리다.

이들이 이렇게 소리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손흥민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1차전 우루과이전에서도 그랬고, 2차전 가나전에서는 특히 더 그랬단다. 때문에 3차전 포르투갈전 승리를 위해서 컨디션이 나쁜 손흥민을 빼야 한다는 논리다.

맞다. 베스트 11은 최고의 컨디션을 가진 선수가 출전하는 게 맞다. 이를 다른 선수들에게 적용한다면 반박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손흥민에게 대입시킨다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손흥민의 컨디션이 떨어졌다고 빼야 한다는 안티들의 생각은 1차원적인 생각이다. 전형적인 1경기 결과로 일희일비하는 안티들의 사고이기도 하다.

먼저 손흥민을 뺀다면 대안이 있는가? 고민해도 답은 똑같다. 없다.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다른 선수들과 차원이 다른 선수다. 대체불가. 한국 대표팀 전력의 70% 이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안이 있었다면 지금의 논란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 손흥민이 있고 없고에 따라 상대팀의 전술이 바뀐다. 상대팀의 경계 대상 1호는 당연히 손흥민이다. 그의 능력을 모르는 팀이 없다. 손흥민을 막기 위해 수비에 공을 들이고, 손흥민의 역습이 두려워 공격도 조심스럽다.

대표적으로 1차전에서 만난 우루과이가 그랬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보다 앞선 팀이었지만 자신들의 공격적인 컬러를 버리고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이 없었어도 우루과이가 이런 전술을 꺼냈을까.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 최소 두 명 이상의 수비수들이 달라붙는다. 이것이 세 번째다. 그래서 손흥민이 수비수들을 몰고 다녀 한국의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와 공간이 더 생기는 것이다. 손흥민이 꼭 골을 넣을 필요는 없다. 이 부분만으로도 그는 대표팀에서 가장 중요한 공격 옵션이다.

AFC(아시아축구연맹)는 최근 SNS에 가나 선수들이 손흥민을 에워싸는 사진을 게시하면서 "손흥민을 막기 위해 몇 명의 선수가 필요한지 세어보세요"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네 번째. 상대팀과 마찬가지로 한국 대표팀 내에도 손흥민의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손흥민은 에이스이자 주장, 즉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다. 함께 그라운드에 있어야 동료들이 의지하고, 안정감을 가지며 자신감이 붙는다.

이런 선수를 그 어떤 감독이라도 활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컨디션이 떨어져도 다른 선수를 출전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장점을 창출할 수 있으니 출전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특혜가 아니다. 대표팀에서 손흥민만이 가진 압도적 경쟁력이 만든 현상이다. 오히려 이런 손흥민을 보유한, 한국 축구가 받은 특혜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 선수를 빠지라고 외치는 세계 최고 안티들. 그들의 목표 역시 단순하다. '희생양'을 찾는 것이다.

그동안 초점을 벤투 감독에게 맞췄지만 지난 2경기에서 벤투 감독이 팀을 잘 만들었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벤투 감독은 이제 희생양이 되기에는 약하다. 그래도 승리를 하지 못한 책임은 누군가가 반드시 물어야만 했다. 때문에 부상으로 약해진 손흥민으로 화살의 방향을 돌린 것이다.

손흥민은 얼마나 '자괴감'이 들겠는가. 아픈 몸을 이끌고, 한국 축구에 헌신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카타르로 날아왔다. 부상을 이유로 한 타임 쉬어간다고 해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사람 없는 상황에서 안면 보호 마스크를 손에 들고 왔다.

그리고 경기에 나섰다. 마스크를 끼고 경기를 뛴다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참고 견디며 뛰었다. 가나전에서는 숱하게 마스크가 벗겨졌고, 오버헤드킥을 시도했으며, 더 큰 부상 위험이 있는 헤딩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런 투혼을 보고 느끼는 것이 없다면 당신들은 진정한 안티다.

부상 여파로 인해 우리가 알던 손흥민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애초에 정상 컨디션의 손흥민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그럼에도 한국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많은 한국 축구팬들이 이런 손흥민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진정한 팬들은 손흥민의 골보다 손흥민의 부상, 손흥민이 지고 있는 무게감, 손흥민이 받을 상처를 먼저 생각했다.

손흥민은 가나전이 끝난 후 "내가 잘해서 선수들 이끌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가득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 손흥민에게 전할 말은 '아프니까 빠져라'가 아니다. '아파도 뛰어줘서 고마워'가 돼야 한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AFC SNS 캡처]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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