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MVP가 반갑지 않은 천재타자…박병호·강정호·김하성도 못한 대업 정조준[KS]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재웅이나 푸이그가 받을 줄 알았다. 감사하다. 솔직히 안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키움 간판스타 이정후는 2019년 SK와의 플레이오프서 15타수 8안타 타율 0.533 3타점 4득점 1도루로 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그리고 3년만에 다시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16타수 8안타 타율 0.500 1홈런 2타점 3득점 1도루로 LG 마운드를 폭격했다.

그런데 이정후는 “솔직히 안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이유가 있다. 이정후는 “3년 전에 받고 한국시리즈에서 광탈했다. 그래서 기분이 좋지는 않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바꿀 수 있다는 희망적 느낌도 있다. 좋은 쪽으로 바꿔보겠다”라고 했다.

실제 키움은 2019년 한국시리즈서 두산에 4패로 무너졌다. 이정후로선 3년 전 플레이오프서 SK를 광탈시키며 MVP를 거머쥐었지만, 정작 한국시리즈서는 자신들이 힘 없이 무너진 게 아쉬웠던 모양이다.

사실 키움으로선 3년 전보다 올해 한국시리즈 진출이 비교할 수 없이 뜻깊다. 2019년에는 박병호(KT),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박동원(KIA), 서건창(LG)에 구단 역사상 최고 외국인타자 제리 샌즈가 있었다. 전력 자체가 막강했다.

이들은 3년에 걸쳐 팀을 떠났다. 심지어 조상우(사회복무요원)도 없다. 외부에선 올 시즌 키움을 한화와 최하위를 다툴 후보로 꼽았다. 그나마 3년 전에 메인 셋업맨이던 유망주 안우진이 작년부터 에이스로 우뚝 선 게 좋아진 부분이다.

그럼에도 키움은 올 시즌 선전을 거듭하며 정규시즌 3위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이정후와 안우진의 괴물 같은 활약, 사실상 1~2군 구분 없는 폭넓은 야수 활용, 김재웅의 발견과 불펜 시스템 구축까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적을 썼다.

이정후는 “2019년에는 워낙 전력이 좋아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 한국시리즈행을 당연하게 여겼다. 올해는 모든 선수가 잘 했다. 감독님, 코치님, 전력분석, 트레이닝 파트까지 모두 잘해 얻은 결과”라고 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무조건 우승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정후는 “고교 시절 전국대회(토너먼트)에 나갔던 것처럼 좋은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다. 오늘 쏟아붓고 내일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이다. 팀 분위기는 3년 전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다”라고 했다.

키움의 아킬레스건은 체력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하위 스테이지부터 치고 올라온 팀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오면, 한국시리즈 직행팀보다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타자들의 스윙 스피드가 느려지고, 투수들의 구속도 떨어졌다. 반면 푹 쉬다 경기에 임한 한국시리즈 직행팀 투수들은 정규시즌보다 더 싱싱한 공을 뿌렸다. 대부분 타자는 1~2경기만에 실전 공백을 극복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경험보다 중요한 건 기세다. 정규시즌은 경험으로 치를 수 있지만, 포스트시즌은 기세가 중요하다.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선수들도 있는데, 전부 해봤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플레이 해서 나도 신기하다”라고 했다.

키움은 2008년 창단 후 우승을 한번도 하지 못했다. 9~10구단 NC, KT도 2020~2021년에 우승한 상황.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우승이 없는 구단이 한을 풀 기회를 잡았다. 이정후가 박병호, 강정호, 김하성도 해내지 못한 영웅군단의 우승을 이끈다면 가치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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