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홈런에 소름이 돋는다…30억원짜리 낭만, 가을드라마 시작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소름이 돋았다.

대타로 연타석홈런을 치는 타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 그것도 두 방 모두 중요한 시점에서 터진 홈런이라면? 박병호는 왜 자신이 슈퍼스타이며, 1년 전 KT가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단 두 타석에서 확실하게 보여줬다.

박병호는 예상을 뒤엎고 7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1군에 등록됐다. 9월 10일 고척 키움서 2루타를 치고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발목에 부상했다. 대다수 사람이 ‘시즌 아웃’이라고 했지만, 박병호는 기적처럼 돌아왔다.

7일 경기서 곧바로 후반 승부처에 대타로 투입됐다. 그러나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하지만,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8일 광주 KIA전서 3-0으로 앞선 8회초 1사 1,2루서 다시 대타로 등장, KIA 김유신의 체인지업을 통타해 중월 스리런포를 뽑아냈다.

그리고 10일 수원 NC전. 3-2로 앞선 2사 1루서 또 대타로 나와 송명기의 패스트볼을 공략, 좌중월 투런포를 터트렸다. 대타 연타석홈런이자, 두 방 모두 승리에 쐐기를 박는 영양가 만점의 대포였다. “병호 홈런은 전부 영양가 있다”라는 이강철 감독의 말이 맞아떨어졌다.

이 경기를 중계한 방송사 캐스터들은 일제히 흥분했다. 특히 MBC스포츠플러스 한명재 캐스터는 특유의 “이런 선수(경기)가 있습니다~”라면서 “전율이 돋습니다. 와우”라고도 했다. 두 경기 모두 비슷한 흐름에서 터진 결정적 한 방. KT 사람들이라면 소름이 돋지 않는 게 이상하다.

박병호는 올해 박병호답게, 완벽하게 부활했다. 123경기서 428타수 118안타 타율 0.276 35홈런 98타점 72득점 OPS 0.911 득점권타율 0.259. 3년만에 홈런왕에 복귀했으며, 애버리지도 통산 0.278에 거의 근접했다.

박병호는 전성기에 몰아치기와 함께 중요한 시점에 결정적 한방을 잘 터트렸다. 2013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서 0-3으로 뒤진 9회말 2사 1,2루에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에게 동점 스리런포를 터트린 건 그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2018년 SK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 9회초 동점 투런포, 2019년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9회말 끝내기 솔로포도 있다.

이처럼 박병호의 ‘가을 홈런’에는 스토리가 있다. 그를 좋아하는 팬들에겐 야구가 주는 낭만이기도 하다. KT는 지난 겨울 3년 30억원을 주고 ‘박병호표 홈런의 낭만’을 되살려주길 바랐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너무 쌌다. 지난 2년간의 부진이 결정적이었지만, KT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이 계약이 ‘혜자 계약’이 될 것임을.

박병호가 올 가을, 다시 한번 야구의 낭만, 홈런의 낭만을 불러일으키려고 한다. 포스트시즌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KT 사람들과 팬들을 뭉클하게 한다. 여전히 발목이 좋지 않지만, 초인적인 재활 속도로 기적처럼 돌아왔다. 포스트시즌서 지명타자로 나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부활한 박병호의 가을드라마는 이미 시작됐다.

[박병호. 사진 = 수원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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