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닮는다더니'...라이벌이자 친구였던 '무관의 레전드'들의 마지막 인사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대전 유진형 기자] 친한 친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닮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외모도 비슷해지고 성격이나 성향 취향 등이 많이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은퇴를 앞둔 롯데 이대호와 한화에서 뛰었던 김태균은 1982년생 동갑내기로 프로 입단 동기이자 친구다. 두 선수 모두 KBO 레전드로 이룰 수 있는 건 모든 걸 이뤘다. 하지만 단 한 가지 KBO리그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NPB(일본 프로야구)에서 우승을 해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났다. 이날은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시즌 마지막 경기이자 이대호의 마지막 대전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김태균의 KBO 레전드 40인 시상식이 있는 날이었다.

김태균은 경기 전 시구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고 시구를 마친 뒤 3루 더그아웃에 있는 친구 이대호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리고 5회말 종료 후 진행된 시상식에서 이대호가 꽃다발을 들고 친구 김태균을 축하했고 뜨겁게 포옹했다. 이대호와 김태균을 이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며 추억을 간직했다. 김태균은 시상식이 끝난 뒤 다시 한번 이대호에게 손을 흔들며 고마워했다.

두 선수는 닮은 점이 많다. 이대호는 경남고를 졸업하고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경남을 대표하는 스타다. 김태균도 북일고를 졸업하고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충청권을 대표하는 선수였다.

두 선수 모두 2000년대 KBO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우타자이며 4번 타자 1루수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KBO리그에서 성공한 뒤 NPB(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한 모습도 같다.

이대호는 일본에서 뛴 4년 동안 타점왕(2012), 베스트나인 2회(2012, 2015), 일본시리즈 MVP 1회(2015)를 수상하며 일본 무대를 평정했다. 2015년 소프트뱅크 시절에는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듬해 새로운 도전을 위해 스플릿 계약으로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밟았다. 그리고 국내로 복귀 후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한 실력을 뽐내고 있다.

김태균은 이대호보다 먼저 일본에 진출했다. 김태균은 일본에서의 첫해는 성공적이었다. 141경기 타율 0.268, 21홈런, 92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중심타선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일본시리즈 우승에 기여하며 김태균은 국내에서 해보지 못한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이듬해엔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와 부상으로 인해 계약을 조기에 해지하고 한화로 복귀했다.

두 선수 모두 KBO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로 소속팀에서 성대한 은퇴식을 했거나 할 예정이고 영구결번 헌액도 같이 받았다.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대호와 김태균은 라이벌이자 친구로 경쟁하며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공통점이 많은 레전드들이다.

[KBO 레전드 40인이 선정된 김태균을 축하하는 친구 이대호. 사진 = 대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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