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새역사' 쓴 무라카미와 저지, 그러나 전혀 다른 홈런볼의 '가치'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올해 일본과 메이저리그에서는 '홈런'과 관련해 새역사가 탄생했다. 리그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롭게 쓴 것은 아니지만, 의미가 있는 기록임은 분명했다. 새롭게 역사를 쓴 홈런공의 행방은 어떻게 됐을까.

올해 일본프로야구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 메이저리그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각각 홈런 기록을 새롭게 썼다. 무라카미 무네타카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의 최후의 타석에서 56번째 아치를 그리며, 일본인 선수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작성, 역대 단독 2위로 올라섰다.

무라카미는 지난 9월 13일(이하 한국시각)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맞대결에서 54~55호 홈런을 터뜨린 이후 침묵이 길어졌다. 기록을 의식한 탓인지 높은 유인구에 배트가 줄곧 따라나갔고,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형성되는 실투도 놓치는 등 부진을 거듭했다.

기록은 드라마처럼 탄생했다. 무라카미는 지난 3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7회 이리에 타이세이의 초구 151km 몸 쪽 높은 직구를 힘껏 잡아당겨 마침내 침묵을 깨고 새역사를 썼다. 홈런 기록을 새롭게 쓴 무라카미는 '트리플크라운(타율·홈런·타점)'까지 달성하며 일본 '오픈하우스'로부터 도쿄 소재 3억엔(약 30억원)의 집을 선물받게 됐다.

리그 특성에 따라 저지가 무라카미보다 더 많은 경기를 치렀지만,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저지는 무라카미가 홈런을 생산하지 못한 이유와 달리 상대 투수들의 엄청난 견제 속에 지난달 29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 이후 5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종료 1경기를 앞두고 저지도 역사를 썼다.

저지는 5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원정 맞대결에서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헤수스 티노코의 3구째 88.4마일(약 142.2km) 슬라이더를 공략, 시즌 62번째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로저 매리스(61홈런)가 보유하고 있던 아메리칸리그, 뉴욕 양키스 기록을 뛰어는데 성공했고, 역대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 7위로 올라섰다. '금지약물' 복용이 일체 없었던 저지는 '청정타자'로는 가장 많은 홈런을 터뜨린 선수가 됐다.

의미가 큰 이들의 홈런볼은 누가 가져갔을까. 무라카미의 56호 홈런볼은 중학생 팬 사쿠라이가 잡았다. 일본 복수 언론에 따르면 사쿠라이는 1루 내야에서 야구를 관람하던 중 먹을 것을 사기 위해 외야로 이동했다. 이때 무라카미가 타석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은 중학생 팬은 외야 관중석에서 잠시 경기를 관람했고, 운 좋게 56호 홈런볼을 잡았다.

56호 홈런볼은 무라카미의 품으로 돌아갔다. 당초 56호 홈런볼을 돌려주는 대가로 '사인 글러브'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친필 사인이 들어간 '가죽 배팅장갑'과 교환했다. 중학생 팬은 "경기도 이기고, 사인이 들어간 가죽 장갑을 받았는데, 공보다 더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무라카미와 달리 저지의 62호볼은 저지가 품지 못했다. 'MLB.com'에 따르면 저지의 62호 홈런볼을 손에 넣은 것은 1970억 달러(약 279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피셔 인베스트먼트의 부사장 코리 유먼스로 확인됐다. 유먼스는 홈런볼을 주은 직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홈런볼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리그 규모의 차이가 있으나, 무라카미의 경우 어린 팬이 공을 잡게 되면서 '사인 배팅장갑'이라는 비교적 '싼값'에 돌려받았다. 하지만 저지의 홈런볼은 입장이 조금 다르다. 현재 저지의 62호 홈런볼은 200만 달러(약 28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 야쿠르트 스왈로스 무라카미 무네타카. 사진 = AFPBBNEWS, 야쿠르트 스왈로스 SNS 캡처]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