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싸늘하다. 올 것이 왔구나',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물세례..."160km 더 성장해서 오겠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대전 유진형 기자] 데뷔 첫 승을 기록한 한화 이글스 문동주가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방송사 수훈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싸늘한 느낌을 감지했지만 인터뷰 중이라 애써 외면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마이크를 건넬 때 생수통을 들고 있는 남지민과 박준영을 발견했다. 문동주는 피하지 않고 물세례를 그대로 받았다. 그리고 흠뻑 젖은 모습으로 환하게 웃었다. 문동주는 이렇게 평생 기억될 데뷔 첫 승 물세례를 받았다. 한화 팬들은 문동주는 연호했고 문동주는 팬들을 보며 미소로 화답했다.

문동주는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했다. 이날 전까지 12경기에서 23.2이닝을 소화하며 3패 2홀드 평균자책 5.70을 기록하고 있었고 아직까지 데뷔 첫 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타선의 도움을 받으며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8탈삼진 4실점(3자책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2022 한화 1차 지명돼 올해 프로 무대를 경험한 문동주는 고등학교 때부터 160km에 육박하는 빠른볼을 던지며 '슈퍼루키'라 불리던 선수였다. 하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개막 전 옆구리를 다쳐 뒤늦게 프로 데뷔 전을 치렀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LG 트윈스를 상대로 3분의 2이닝 4실점으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후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은 변경한 후 5경기를 연속 무실점 투구로 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또다시 부상이 앞을 막았다. 지난 6월 9일 잠실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투구한 뒤 어깨 통증을 호소했고 견갑하근 부분 파열 진단을 받아 두 달간 치료와 재활에 전념했다. 부상에서 회복된 뒤로는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았고 지난 9월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그리고 올 시즌 13번째 등판이며 마지막 선발 등판 경기에서 값진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특급 선수와 평범한 선수의 차이는 '실패 이후의 회복력에서 갈린다'는 말이 있다. 문동주는 데뷔 첫 시즌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극심한 흔들림 속에도 자신의 볼을 믿고 중심을 잡았다. 예상하지 못한 두 번의 부상에서도 실망하지 않았고 차근차근 선발 수업을 받으며 준비했다. 그리고 값진 승리를 맛봤다.

문동주는 승리 후 "올해 신인왕 꿈을 너무 많이 얘기했는데, 이루지 못했다. 내년엔 욕심을 버리고 매 경기 열심히만 하겠다"라고 했다. 그리고 1루 응원단석으로 올라가 팬들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기분 너무 좋습니다. 내년에는 160km 던지겠습니다"

올 시즌 마지막을 승리로 마친 문동주는 "마지막 경기 승리했기 때문에 좋은 기억 갖고 훈련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올해 신인왕을 많이 의식했는데, 내년에는 신인왕 의식하지 않고 잘 한다면 결과가 말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내년 시즌 더 성장할 자신을 예고했다.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 데뷔 첫 승을 한 문동주와 물세례를 하며 축하하는 동료들. 사진 = 대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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