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치면 어쩔 수 없고” KBO 최고타자, 그냥 ML 가자…마인드부터 MVP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못 치면 어쩔 수 없는 거죠.”

KBO리그 최고타자 이정후(키움)를 인터뷰할 때마다 실력 이상으로 마인드와 멘탈이 남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인드와 멘탈조차 실력이며, 곧 이정후의 경쟁력이다. 이정후는 어떤 상황서도 긍정적 마인드를 유지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기술적인 준비가 완벽하다. 현재 이정후 특유의 타격 매커니즘은 이정후에게 최적화됐다. 유일한 약점이던 장타력까지 해결했다. 기술이 완벽에 가까우니 마인드가 흔들릴 이유가 없다. 자신의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있다. 좋은 마인드, 멘탈의 원천이다.

이정후는 지난달 29일 인천 SSG전 직후 “못 친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확률이 떨어진다. 사실 타자는 투수의 공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못 치면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투수도 타자와 똑같이 떨릴 것이다. 무조건 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한다”라고 했다.

타격은 3할의 예술이다. 기본적으로 타자가 투수보다 불리하다. 못 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타석에 들어간다. 여기에 본인이 가진 기술, 경기흐름에 따른 대응능력을 더해 리그 최고의 생산력이 나온다.

예를 들어 KBO리그 최고투수 김광현(SSG)의 경우 “빠른 공에 포커스를 맞췄고, 한번 더 빠른 공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타겟을 높게 설정했다”라고 했다. 주무기 슬라이더에 속더라도 빠른 공에 집중했다. 결국 이정후는 김광현의 몸쪽 약간 높은 패스트볼을 가볍게 잡아당겨 스리런포를 뽑아냈다.

이정후의 득점권타율은 무려 0.390이다. 홍창기(LG, 0.396)에 이어 리그 2위다. 키움의 팀 득점권타율이 0.245로 8위인 걸 감안할 때 독보적이다. 젊은 선수가 많은 키움 덕아웃에서 ‘긍정의 힘’을 느낀 게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정후만큼의 기술과 노하우가 없는 타자가 대부분이라서 한계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정후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 강인한 멘탈은 키움을 넘어 KBO리그 선수들이 지녀야할 중요한 자세다. 불안한 마인드, 부정적 생각으로는 아무리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정후는 시즌 막판 치열한 타격왕 및 MVP 경쟁에도 초연하다. “작년에는 첫 도전이었고, 정말 하고 싶었다. 긴장도 됐다. 올해는 작년 경험이 있어서 편안하다. MVP는 정말 신경을 안 쓴다. 매 타석 최선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라고 했다. 교과서적 답변이지만, 실제 이정후 특유의 좋은 마인드와 멘탈이 그를 타격 5관왕과 MVP로 인도하기 일보직전이다.

오히려 자신의 절대적 수치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정후는 “작년보다 타율이 낮아(작년 0.360, 올해 0.351) 만족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타이틀 경쟁, MVP는 상대평가다. 상대가 못하면 자신에게 유리해진다. 약간의 행운도 필요하다. 그러나 절대적인 수치와 경쟁력을 끌어올리면 상대평가서 밀리지 않는 원천이 된다. 이정후로선 타협하기 어려운 지점이며, 끝없는 발전의 시발점이다. 마인드는 긍정적이되, 방심은 허락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무섭다. 마인드는 이미 MVP다. 정말 KBO리그는 좁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어야 할 선수인 건 확실하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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