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나오면 몰라” 한국야구 WBC 먹구름? 김인식·김경문 생각은 다르다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나올만한 선수가 다 나오면 몰라.”

한국야구는 작년 도쿄올림픽에서 4위에 머무르며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2019 프리미어12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홈에서 열린 2017년 WBC 예선탈락을 감안하면 최근 국제대회서 확실히 ‘참사’가 많았다.

그래서 내년 3월에 열릴 WBC는 위기이자 기회다. 대회를 잘 치르면 최근 침체된 한국야구가 부흥할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또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장기불황이 불가피하다. 내년에는 WBC를 시작으로 항저우아시안게임, 프리미어12까지 국제대회가 많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연기 이후 WBC 체제로 정비, 기술위원회를 새롭게 단장했다. 최근에는 KT 이강철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KBO는 이미 전력분석 등 물밑에서 WBC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한국은 내년 3월9일부터 13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1라운드를 치른다. B조에 일본, 중국, 호주, 예선통과국과 함께 묶였다. 여기서 2위에 들어야 2라운드에 올라간다. 2라운드(8강) 역시 3월 15~16일에 도쿄돔에서 열린다. 2라운드서 승리하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트파크로 이동, 3월19~21일에 준결승 혹은 결승을 치른다.

2006년 WBC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을 달성한 시절과 비교하면, 한국야구의 절대적인 수준은 분명 올라갔다. 그러나 미국, 일본과의 격차는 그때보다 더 벌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과 일본 등도 계속 발전했기 때문이다. 2017년 WBC, 2019년 프리미어12, 작년 도쿄올림픽에서 여실히 느꼈다.

그렇다면 한국은 내년 WBC서 또 다시 고전할까. 23일 ‘야구의 날’ 기념행사를 위해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김인식, 김경문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견해가 궁금했다. 기본적으로 김인식 전 감독은 “(야구강국들에 비해)분명히 약하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시작과 동시에 꼬리를 내릴 필요는 없다. 당연히 준비가 중요하다. 김인식 전 감독은 “그동안 국제대회서 혜택을 받은 선수는 다 나와야 한다. 그런 선수들이 빠지면 약해진다. 그러나 다 들어오면 모른다”라고 했다.

국제대회는 단기전이다. 페넌트레이스가 아니다. 야구 특성상 준비를 잘 하고 매치업 상성을 잘 활용하면 이변도 불가능하지 않다. 김인식 전 감독은 “실력이 떨어져도 100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몇 게임을 하는 것이니 다 모이면 알 수 없다. 다 모여서 뭉치면 의외로 잘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김경문 전 감독은 ‘투수 전문가’ 이강철 감독을 신뢰했다. “우리도 WBC서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 이강철 감독이 훌륭하니 잘 이끌 것이다. 단기전은 좋은 투수가 나오지만 모르는 것이다. 미국하고도 해볼만 하다”라고 했다.

물론 위트를 섞어 “안 나와도 될 애들이 다 나오데”라고 하기도 했다. 실제 미국은 내년 WBC를 벼르고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순차적으로 슈퍼스타들의 대표팀 합류를 발표하는 중이다. 객관적으로 많이 버거운 게 사실이다. 그동안 미국에서 야구유학을 한 김경문 전 감독은 “코로나19 이후 미국도 야구 팬이 많이 줄어들었다. WBC에 신경을 많이 쓴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경문 전 감독은 “이강철 감독은 국제대회 경험이 많다. 투수코치도 해보지 않았나. (김)광현이, (양)현종이에 (구)창모도 괜찮다. 박종훈도 던지고 있지 않나. 우리가 미국을 깨면 더 큰 사건이 되지 않겠나. 이 감독이 잘할 것이다”라고 했다.

또 하나. 김경문 전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계 선수들의 합류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BC는 이중국적자도 한 국적을 선택해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그는 “희망하는 선수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불러서 뛰게 하면 좋겠다. 처음이 어렵지 한번 하면 나중에는 쉬워진다”라고 했다.

[김인식 전 감독과 김경문 전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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