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오승환 소환하는 트랜스포머 클로저…권오준&김택형, 묘한 평행이론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묘한 평행이론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단, 감독은 어쩌면 딜레마에 빠질지도 모른다.

SSG 마무리 서진용이 2005년 오승환(삼성)을 소환할 기세다. 서진용은 올 시즌 55경기서 7승1패11홀드20세이브 평균자책점 2.78로 맹활약 중이다. 3승만 보태면 승리, 홀드, 세이브 모두 두 자릿수를 달성한다.

이른바 ‘트리플 더블’이다. 이 기록을 달성한 투수는 KBO리그 40년 역사에서 2005년 오승환 뿐이다. 17년 전 오승환은 61경기서 10승1패16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1.18을 기록했다. 서진용이 17년만에 진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왜 쉽지 않은 기록일까. 우선 프로 초창기에는 투수 분업화가 없었다. KBO가 홀드를 집계하기 시작한 게 2000년이었다. 또한, 투수 분업화가 본격화된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투수 한 명이 더더욱 승리, 세이브, 홀드를 두 자릿수 이상 거둬들일 일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오승환과 김택형은 어째서 트리플더블이 가능했고, 또 넘보게 될까. 팀 사정을 봐야 한다. 둘 다 시즌 개막과 함께 마무리로 출발한 게 아니다. 셋업맨이었으며, 시즌 중반 마무리로 변신했다. 셋업맨일 때는 홀드를 많이 따냈고, 마무리로 변신한 뒤에는 세이브를 많이 따냈으며, 타선의 적절한 도움이라는 행운이 더해져 구원승도 많이 챙겼다.

기본적으로 팀 전력이 강하지 않으면 홀드와 세이브를 많이 따낼 수 없다. 그러나 2005년 삼성과 2022년 SSG는 막강하다. 17년 전 삼성은 FA 심정수와 박진만의 가세로 타선이 막강해졌다. 올해 SSG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최강이다.

2005년 삼성의 개막 마무리는 권오준이었다. 올해 SSG의 개막 마무리는 김택형이었다. 그러나 2005년 삼성 신인 오승환이 워낙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자 선동열 전 감독의 마음이 바뀌었다. 필승계투조의 메인 셋업맨으로 활약하다 5월 중순부터 순서를 바꿨다. 오승환~권오준에서 권오준~오승환이 됐다. 당시 오승환은 4월27일 LG전서 생애 첫 세이브를 따냈으나 본격적으로 ‘각 잡고’ 마무리로 돌아선 건 7월이었다. 6월까진 홀드를 많이 쌓았고, 7월 이후에는 세이브와 구원승이 많았다.

서진용도 마무리 김택형에게 연결하는 셋업맨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김택형이 5월 중순 부진과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서진용이 자리를 이어 받았다. 처음에는 임시 마무리였다. 그러나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서 마무리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다. 김택형은 1군에 돌아온 뒤 셋업맨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즉, 기록의 특성상 17년 전 삼성과 올해 SSG가 묘하게 평행이론이 될 수밖에 없다. 17년 전 삼성은 통합우승을 거뒀다. 올해 SSG도 창단 후 처음으로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그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크다.

단, 감독으로선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김원형 감독은 서진용의 대기록 달성 가능성을 응원하면서도,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안다. 김 감독은 16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하면 좋다. 그런데 마무리가 3승을 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1주일만에 2~3승을 가져가기도 하지만, 승을 바라고 맡은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1달 동안 1승도 못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사실 마무리가 승리투수가 되려면 팀이 경기후반 동점 상황서 등판했거나, 마무리 자체의 난조로 동점이 되는 상황이 필요하다. 당연히 감독으로선 크게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감독으로선 트리플더블을 응원한다고 해도 경기 막판 동점 상황에 일부러 마무리를 올리기도 어렵고 블론세이브를 바라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된다.

김 감독은 “일부러 동점 상황서 내보낼 수도 없고, 동점이 될 때까지 얻어 맞길 바랄 수도 없다. 오승환도 2005년에 이것저것 다 해서 할 수 있었다. 진용이도 시즌 시작할 때 마무리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쉽지 않은 기록이다”라고 했다.

[서진용.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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