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현장] 日서 홍정호 & 케이타 가족, 정승원·SON 팬까지 모인 이유

[마이데일리 = 사이타마(일본) 이현호 기자] ‘홍정호, 케이타, 정승원, 세징야, 손흥민이 왜 여기서 나와?’

일본 도쿄 근교 소도시에서 ‘홍정호’가 적힌 유니폼, ‘케이타’가 적힌 유니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홍정호 소속팀 전북 현대와 케이타 소속팀 대구 FC가 일본 사이타마에서 맞붙었기 때문이다.

전북 현대와 대구 FC는 18일 오후 5시 일본 사이타마의 우라와 코마바 스타디움에서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을 치렀다. 조별리그 H조 2위 전북과 F조 1위 대구가 16강 외나무다리에서 단판 승부를 펼쳤다.

킥오프 시간이 다가오자 초록색 유니폼,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코마바 스타디움으로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그중 한 일행은 모두 홍정호 유니폼을 착용했다. 다가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홍정호의 아버지, 고모, 고모부, 고모부의 지인이었다. 고모부와 고모부의 지인은 일본인이어서 한국어가 서툴렀지만 팬심은 ‘찐’이었다.

홍정호 아버지는 “정호가 부상을 당해 이번 16강전 못 뛰는 게 아쉽다. 전북이 이번에 대구를 잡고 8강, 4강까지 올라가면 정호가 회복해서 뛸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8강전은 22일, 4강전은 25일에 사이타마에서 진행된다.

홍정호 고모부는 기자에게 휴대폰 배경화면을 보여줬다. 홍정호, 홍정남 형제가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우승 시상식 사진이었다. 고모부의 지인은 “전주 홈경기 직관도 여러 번 다녀왔다”고 들려줬다. 또한 “일본 J리그에서는 가시마 앤틀러스 팬”이라고 소개했다. 다음 시즌에 ACL에서 전북과 가시마가 붙으면 어느 팀을 응원할 건지 묻자 “전북”이라고 답했다.

가족 전원이 함께 온 사례도 있다. 이들 모두 유니폼 뒷면에 ‘케이타’가 적혔다. 케이타는 올해 1월 대구가 영입한 측면 미드필더다. 프로 데뷔 후 몬테네그로 리그에서만 6년간 활약하던 케이타는 올해부터 대구 소속으로 K리그 무대를 누빈다.

케이타의 형인 A 씨는 “내 동생 케이타의 프로 경기를 일본에서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랑스럽고 설렌다”며 “어머니, 아버지, 저, 여동생, 사촌 동생까지 모두 이 경기를 보러 요코하마에서 왔다”고 들려줬다.

케이타 가족도 홍정호 가족과 마찬가지로 “케이타 경기를 계속 보고 싶다. 그러려면 대구가 전북을 이기고 8강, 4강까지 올라가야 한다.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가족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에 대해 “케이타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보내준 유니폼”이라며 “색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잠시 뒤 또 다른 대구 유니폼을 마주했다. 일본 현지 여성팬 미나는 “정승원을 좋아해서 대구 팬이 되었다. 비록 정승원은 (수원삼성으로) 이적했지만 대구가 일본까지 와서 경기한다는 소식에 바로 왔다. 오늘은 세징야를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참고로 미나의 유니폼 뒷면에는 이름과 번호가 없었다.

홍정호, 케이타, 정승원 외에 세징야, 손흥민 유니폼도 보였다. 세징야 유니폼을 입은 아이는 부모 손을 잡고 대구 응원석을 향해 걸어갔으며, 손흥민의 토트넘 유니폼을 착용한 남성팬은 전북 응원석으로 향했다. K리그 경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니폼들을 도쿄 인근 작은 마을에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날 열린 전북-대구 경기는 연장전 혈투 끝에 전북이 2-1로 승리했다. 같은 날 저녁 8시에 비셀고베가 요코하마 F.마리노스를 3-2로 제압하며 8강에 진출했다. 19일에는 BG빠툼(태국)-킷치(홍콩), 조호르FC(말레이시아)-우라와 레즈(일본) 16강전이 열린다. 8강 대진은 20일에 추첨으로 결정된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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