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감독 이정재 "첫 연출, 30년 커리어 망칠까 상상 못할 공포 느꼈지만…"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월드 스타' 이정재가 '헌트' 감독으로서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정재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10일 연출 데뷔작 '헌트' 개봉을 앞두고 작품과 관련 에피소드를 풀었다.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

특히 '헌트'는 황동혁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으로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이정재는 메가폰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헌트'의 각본, 주연, 제작까지 1인 4역을 해냈다.

또한 '헌트'는 지난 5월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2022)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외신의 뜨거운 호평을 이끌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더불어 오는 9월 개막하는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의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날 이정재 감독은 '헌트' 개봉 소감을 묻는 말에 "솔직히 긴장된다.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과 정성, 역량을 다 쏟아부었기 때문에 더 이상 제 머리에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어 개인적인 아쉬움은 없다. 하지만 관객분들이 제일 중요하기에 어떻게 봐주실지 기다리는 마음이다"라고 답했다.

처음 메가폰을 잡은 소회에 대해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작업이구나 싶었다"라고 솔직하게 터놓아 웃음을 안겼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체력이 많이 떨어질 정도였다. 제 성격상 모든 걸 다 꼼꼼히 짚고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없다 보니까 잠을 못 드는 게 큰 고통이었다. 많은 분이 연기자가 연출한다는 것에 대한 리스크를 생각하시니까, 결과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책임감이 더욱 들어서 열심히 임했다"라고 감독으로서 진중한 태도를 엿보게 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헌트'가 더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것 때문에 부담감이 들진 않았다. 그보다는 30년 연기 생활을 잘하고 있는데, 굳이 왜 이런 이야기를 본인이 써서 커리어를 스스로 망치는 건 아닌가 하는 그 공포는 정말 여러분이 상상하시지도 못할 거다. 시나리오를 쓰면 쓸수록 그런 생각이 들더라"라고 고백하기도.

이내 이정재 감독은 "4년 동안 시나리오를 쓰며 주제를 점차 잡아가다 보니 충분히 관객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었고, 연출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면 어떨까 싶더라"라면서 "현 사회에서 우리가 왜 이렇게 강렬하게 반으로 나뉘면서까지 갈등하고 대립하는지 그런 모습들을 보고, 또 많은 뉴스에서 접하다 보니까 제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과 가치관, 이념이 과연 옳은 곳에서 온 것인가 하는 질문이 생겼었다. 이 주제로 잡다 보니 가장 이념 전쟁이 치열했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설정하게 된 거다. 그렇다면 지금 관객분들과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인가, 물었을 때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게 아니라면 계속 유지해도 되겠다 싶어 지금의 결과물로 마무리됐다"라고 작품의 의도를 밝혔다.

그는 "첫 연출을 하는 데 있어 배창호 감독님, 김성수 감독님, 황동혁 감독님 등 그간 함께한 감독님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라며 "연출자는 너무나 힘든 직업이더라. 옆에서 지켜봐와서 잘 알고 있긴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앞으로 감독님들이 시키는 대로 다 할 거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헌트'의 국내 시사회 반응 역시 호평 일색. 이에 대해 이정재 감독은 "너무나 감사하게도 좋은 글들을 써주셔서 놀랐다. 정우성과 이정재, 우리 영화를 기다려주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조합을 기다렸다', '둘이 나와서 좋았다' 하는 글들이 많더라. 정우성과 밥 먹으면서 '그래도 우리가 허투루 살진 않았구나' 이런 얘기를 지나가는 말로 나눴었다. 관객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 한 노력이 전달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현실 절친' 정우성 캐스팅에 관해 묻는 말엔 "정우성은 워낙에 잘생기고 멋진 사람이라 누가 찍어도 멋있고 잘생기게 나온다. 그 얼굴이 어디 가겠나"라고 애정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이정재 감독은 "근데 이제 그 캐릭터가 갖고 있는 생각과, 그 생각을 행동으로 보이는 표현이 멋있어야 더 멋있다고 생각했다. 역할이 갖고 있는 신념이라든가, 자신만의 목표, 목적, 이런 게 건강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어떻게 하면 정우성의 생각과 마음이 멋지게 보일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이정재 감독은 향후 연출 계획에 대해 "앞으로 연출을 두 번 다시 할 계획이 없다고 말씀드리고 있다(웃음). 쉽지 않은 기억이 꽉 차 있으니까. 다만 또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 시나리오가 완성도 있게 나온다면 다시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다"라고 신중하게 얘기했다.

[사진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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