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림 감독 "'비상선언', 시의적인 재난 영화…희망 담고 싶었다"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한재림 감독이 '비상선언'을 시의적인 재난 영화라 칭하며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의도를 남겼다.

영화 '비상선언'을 연출한 한 감독을 3일 화상으로 만났다.

'관상', '더 킹' 한 감독의 5년 만 신작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 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생화학 테러'라는 소재를 끌어와 자연스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쳐온 현상황을 연상시킨다. 칸 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에서 첫선을 보이며 일찍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국내에선 쟁쟁한 경쟁 영화를 모두 제치고 예매율 1위에 올라섰다.

2019년 각본을 쓰기 시작한 한 감독은 "몇 년 만에 개봉하게 됐다. 칸에서 관객에게 선보이고 나서 평을 들었던 터라 또 한 번 개봉하는 느낌이지만 한국 관객을 만나는 게 비교가 안 되게 설레고 떨린다"라며 얼떨떨해 했다.

그러면서 "'우아한 세계'를 끝내고 각본을 받았다. 항공기 안에서 벌어지는 일과 바이러스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그렸더라. 각색 과정은 큰 틀에선 비슷했다"라며 "시간이 지나고 재난을 보면서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시의적으로 굉장히 비슷한 갈등을 담고 있다"라고 한 한 감독은 "공포로 인간성이 변해가는 과정과 동시에 희망을 담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재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 인호 역의 송강호를 비롯해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까지 대한민국 명배우가 총출동해 완벽에 가까운 합을 보여준다.

한 감독은 하와이행 비행기에서 바이러스 테러를 일으키는 진석 역의 임시완을 놓고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굉장히 재밌게 봤다. 한동안 빠져서 봤다"라며 "진석을 캐스팅하려고 생각하다가 '범죄자이지만 착해 보이는 사람이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 임시완 씨를 떠올렸다"라고 전했다.

또한 "본인을 범죄자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연기하라고 했다. 과장하고 힘주지 않고 일상적인 대사처럼 하면 상황이 만들어 줄 거라고 이야기했다. 오히려 리허설 때 힘을 뺀 테이크도 많이 썼다"라고 돌이켰다.

송강호와는 '우아한 세계'부터 '관상', '비상선언'까지 무려 세 번째 호흡이다. 한 감독은 "각본을 쓰면서 '강호 선배가 안 하면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면서 "지상에서 인호의 역할이 되게 단순하지만 단순하게 표현해선 안 된다. 굉장히 어려운 연기였다"라고 송강호의 존재감을 칭찬했다.

"얼마나 호소력 있는지에 따라 전체적인 이야기가 균형이 잡힌다. 강호 선배와는 세 번째 작품이라 익숙했다. 그래서 더 많이 의지가 됐다. 강호 선배는 늘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고 현장에서 기댈 수 있는 선배"라고도 전했다.

국토부 장관 숙희 역의 전도연에 대해선 "크지 않은 역할임에도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고 출연해주셨다"라고 했다. 한 감독은 기내 사무장 희진으로 분한 김소진에게 "특히 많이 놀랐다"며 "참 잘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더 킹' 인연으로 꾀었는데 흔쾌히 해주셨다.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 성실함이 무엇인지 증명해줬다"라고 말했다.

'비상선언'은 압도적인 규모와 촬영 기법으로 전에 없던 몰입감을 선사한다. 실제 비행기의 본체, 부품을 해외에서 공수하고 세트를 짐벌로 360도 회전시켜 촬영한 제작진의 고군분투가 녹아 있다.

한 감독은 "엄청난 위기 상황을 그려내기 위해 짐벌을 돌리면서 배우들의 연기를 카메라로 잡아내야 했다. 보통 할리우드에선 감독이 타지 않는다. 저흰 사실감을 주기 위해 촬영 감독이 타서 직접 핸드헬드로 찍어냈다. 다큐멘터리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과 수고를 했다"라고 공을 돌렸다.

'비상선언'은 3일 개봉해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사진 = 쇼박스]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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