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원 국민거포 패싱의 치명적 대가…잊어야 하는데, 정말 1도 후회 없나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키움 사람들은 KT와의 계약이 확정된 뒤 이런 일이 한번쯤은 벌어질 수 있다는 예상을 했을 것이다. 결국 슬픈 예감은 현실이 됐다.

키움은 27일 수원 KT전서 4-5로 역전패했다. 마무리 문성현이 9회말 2사까지 잘 잡았으나 앤서니 알포드에게 볼넷을 내준 게 화근이었다. 결국 박병호에게 3B서 끝내기 중월 투런포를 맞고 블론세이브와 패전을 동시에 뒤집어썼다.

키움 불펜은 LG와 함께 리그 최강이다. 단, 전반기 막판부터 조금씩 균열도 보인다. 그래도 이 한 경기로 문성현, 이승호, 김재웅 등 필승계투조를 탓할 수 없다. 시즌 전체를 볼 때, 이들은 분명 기대이상의 행보다. 단, 키움으로선 끝내기홈런을 내준 주인공이 박병호라는 게 씁쓸할 수밖에 없다. 박병호는 오랫동안 몸 담았던 친정에 제대로 비수를 꽂았다.

KT는 간판타자 강백호가 시즌 내내 부상으로 제 몫을 못한다. 이강철 감독은 박병호를 영입하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했다는 뉘앙스의 인터뷰를 몇 차례 했다. 실제 강백호가 빠진 상황서 박병호의 30홈런이 KT 누적 생산력에서 빠진다고 가정해보자. 암울할 수밖에 없다. 4위를 달린다는 보장조차 전혀 없다. KT가 시즌 초반 하위권을 전전하다 전반기 막판 치고 올라온 결정적 원동력 중 하나가 박병호의 방망이다.

박병호는 올 시즌 86경기서 타율 0.2672 30홈런 77타점 56득점 OPS 0.940(장타율 0.597)이다. 홈런, 타점, 장타율 1위다. 지난 2년간의 부진을 딛는 완벽한 부활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현 시점에서 정규시즌 MVP 후보 1순위다.

이런 박병호를 바라보는 키움 사람들의 심정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키움은 2021-2022 FA 시장에서 사실상 박병호를 관망했다. 세간에 떠도는 소문과 달리, 박병호를 붙잡을 자금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고심 끝에 박병호와 결별하고 젊은 타자들을 더 밀어주자는 결론을 냈다. 프랜차이즈 스타(사실 아니지만 거의 그렇게 받아들여졌던 선수다)와의 롱런보다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비즈니스 논리에 집중했다.

결국 키움으로선 박병호가 KT에서 부활해도, 심지어 향후 자신들에게 비수를 꽂아도 ‘어쩔 수 없다, 감수해야 한다’라는 스탠스를 취한 것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박병호는 키움전서 4개의 홈런을 가동했다. 타율 0.268 7타점.

올 시즌 박병호가 키움을 상대로 아주 빼어난 활약을 펼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순위다툼이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26~27일 수원 3연전 첫 두 경기서 홈런 3방을 가동했다. 그나마 키움은 26일 천재타자 이정후가 박병호의 홈런 두 방을 상쇄했다. 그러나 27일에는 꼼짝하지 못하고 비수를 맞았다. 선두 SSG와 5경기 차로 벌어졌으며, 3위 LG에 2.5경기 차로 달아날 기회를 놓친, 치명적 패배였다.

키움은 박병호를 잊어야 한다. ‘박병호 패싱’은 지나간 일이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실제 올해 유독 야수 뉴 페이스를 많이 건져냈다. 결정적으로 KT보다 성적도 좋다. 올해 키움은 키움 나름대로 잘 하고 있다. 분명 박수 받을 만한 시즌이다.

단, 박병호 정도의 임팩트, 파괴력을 가진 홈런타자를 하루이틀만에 육성하는 건 어느 팀이든 불가능하다. 최근 강병식 타격코치조차 투수친화적인 고척돔에서 15홈런 이상 치는 타자가 나오는 게 쉽지 않다고 봤다. 키움은 여전히 타선의 파워 부족이 아킬레스건이다. 박병호의 홈런이 딱 필요한 팀이다.

키움 사람들은 27일 밤 박병호의 결정적 끝내기홈런과 세리머니를 보며 ‘박병호 패싱’을 정말 1도 후회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키움이 ‘KT맨’ 박병호의 활약을 쿨하게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키움은 전통적으로 합리적 투자를 중시한다. 그러나 KT의 52억5000만원 투자도 합리적이라는 게 증명됐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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