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오승환 충격과 시련…레전드 마무리들에게 필요한 ‘인생의 SV’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에서만 세이브가 필요한 게 아니다. 본인 인생도 세이브가 필요하다.

임창용과 오승환(삼성)은 한국야구 마무리투수 계보를 논할 때 빠져선 안 될 이름들이다. 통산 세이브 1위가 오승환(357세이브)이고, 3위가 임창용(258세이브)이다. 그 누구보다 소속팀의 박빙의 승리를 많이 완성했던 레전드들이다. 일본과 미국을 두루 경험한 공통점도 있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다.

그런 두 사람이 최근 잇따라 충격 혹은 시련에 휩싸였다. 우선 임창용은 충격적 행보다. 25일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2021년 3월 지인들과 판돈 1억5000만원 상당의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를 받는다.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미 2015년 12월 마카오 원정도박으로 한 차례 물의를 일으켰다. 그래서 상습도박 혐의가 적용됐다. 물론 은퇴한지 4년이 흘렀다. 야구판을 떠난 상태다. 그러나 이렇게 소환되는 건 야구 팬들에게 전혀 유쾌하지 않다.

이제 임창용은 본인의 인생도 세이브할 시기다. 레전드는 영원히 레전드로 기억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은퇴 후에도 이런저런 구설수에 자주 시달리는 걸 보면, 이제 레전드로 불러야 할지 말지 난감하다.

최근 KBO가 40주년을 기념해 40인의 레전드를 조금씩 공개한다. 그라운드 밖 이슈만 없다면 임창용도 포함될 만하다. 그러나 이젠 애매하다. 본인은 현역 시절 주목받는 걸 꺼렸기에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다만, 야구선수 임창용을 응원했던 팬들에겐 충격적인 일이다.

오승환은 임창용에 비해선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본인에겐 시련이다. 허삼영 감독은 24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마무리투수 교체를 선언했다. 통산 세이브 1위, 마무리 레전드 오브 레전드의 마무리 보직을 빼앗았다.

과거의 명성이 어떠했든 감독에겐 지금이 중요하다. 오승환도 불혹이다. 더 이상 돌직구는 없다. 7월에만 4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18.90. 오승환도 삼성 구성원들도 삼성 팬들도 세월이 흘렀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중간계투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시절에나 볼 수 있었다. 삼성에서 중간계투를 맡았던 건 신인 시절이던 2005년이 유일했다. 심지어 당시에도 시즌 개막 후 약 3개월 정도였다. 대졸 신인 셋업맨이 시즌이 거듭될수록 마무리 권오준보다 더 빼어난 피칭을 하자 선동열 전 감독이 7월 들어 오승환과 권오준의 보직을 맞바꾸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17년간 한미일에서 마무리 역사를 썼던 레전드가 17년 전 역할로 돌아간다. 단, 올 시즌 삼성 불펜이 상당히 불안하다. 오승환이 셋업맨을 맡으며 구위를 회복해 다시 마무리를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쨌든 오승환도 야구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만큼 커리어의 마무리도 중요하다. 본인 야구인생의 세이브가 필요한 시기다. 임창용과 달리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는 있다.

[임창용(위), 오승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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