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155km 강속구보다 빛난 경기 운영+칼제구…윤영철 가치 급상승

[마이데일리 = 목동 박승환 기자] '156km' 심준석(덕수고), '155km' 김서현(서울고)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구속밖에 없었다.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과 제구, 퍼포먼스 면에서는 오히려 '고교 넘버원'에 가까웠다.

충암고 윤영철은 2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서울고와 16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75구, 2피안타 2사사구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최고 구속은 143km.

20일 청룡기는 '고교 NO.3'로 불리는 윤영철, 심준석, 김서현이 모두 경기에 나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심준석과 김서현은 각각 156-155km의 빠른 볼을 뿌리며 수많은 스카우트 앞에서 무력시위를 펼쳤다. 이들의 경기 내용에서는 아쉬운 모습이 묻어 나왔다. 하지만 윤영철은 달랐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이도류'로 만화 속 주인공과 같다면, 윤영철은 한 경기에서 두 번이나 마운드에 올랐고,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윤영철의 호투를 바탕으로 충암고는 5-1로 덕수를 격파하며 8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윤영철은 선발 변건우가 선취점을 내준 뒤 2회부터 곧바로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윤영철은 3회 2개의 사사구를 내주면서 자초한 2사 만루 위기를 극복하더니 6회 2사까지 단 1피안타로 서울고 타선을 봉쇄했다.

압권은 8회였다. 두 번째 투수로 임무를 완수했던 윤영철은 좌익수로 이동해 경기를 치르다 4-1로 앞선 8회초 무사 1, 2루의 실점 위기에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텀으로 어깨가 식었을 수도 있었지만, 윤영철의 투구에는 전혀 영향이 없었다.

윤영철은 8회초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오원빈-윤지환-여동건으로 이어지는 하위 타선을 상대로 두 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삼자범퇴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윤영철은 자신보다 더 주목을 받았던 김서현을 상대로 당당히 승리를 손에 넣었다.

윤영철은 "상대 팀에 김서현이라는 좋은 투수가 있었다. 어려운 경기였는데, 무조건 이이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제구가 좋은 투수기 때문에 신경을 썼고, 결과가 좋게 나왔다"며 "오늘(20일) 스스로 90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스트레이트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이 있었기 때문에 10점을 뺐다"고 수줍게 웃었다.

1경기 2회 등판은 이영복 충암고 감독이 얼만큼 윤영철을 믿는지 알 수 있는 대목. 경기가 끝난 뒤 사령탑은 "윤영철은 우리 팀의 에이스다. 항상 믿는다며 "1점 차에서도 윤영철이 나가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어떤 위기도 막을 것이라는 신념이 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카우트 앞에서도 긴장하는 모습은 없었다. 고교 '좌완 넘버원'은 물론 완성도 면에서는 최고 수준이었다. 윤영철은 "전국 대회 때는 1경기 2회 등판을 해왔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외야 수비와 투수를 함께 했기 때문에 자신도 있었다"며 "경기가 시작되면 스카우트는 의식되지 않는다. 포수만 보고 던진다"고 설명했다.

최고 구속 면에서는 심준석과 김서현에 뒤떨어지지만, 겨우내 평균 구속의 상승을 많이 이뤄냈다. 윤영철은 "지난해 최고 구속은 143km, 올해는 144km를 기록 중이다. 최고 구속이 1km밖에 늘지 않았지만, 평균 구속은 4~5km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윤영철이 가장 신경을 쓰는 요소는 제구. 롤 모델도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다. 그는 "본받고 싶은 선수는 류현진"이라며 "구속에 욕심은 있지만, 오버페이스는 하지 않을 것이다. 구속은 던지던 대로 천천히 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스피드와 제구를 조금 더 가다듬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진욱(롯데 자이언츠)과 마찬가지로 구속은 프로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바탕으로 상승폭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제구는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하는 요소. 윤영철만의 무기이기도 하다. 현 고교 좌완 최고의 투수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충암고 윤영철이 20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진행된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 서울고와 충암고의 경기에서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 목동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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