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레전드 탑 유격수” 이정후의 영원한 우상…‘야구천재’ 이종범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아빠는 레전드 탑 유격수였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 LG 2군 감독은 유격수와 외야수로 모두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원조’ 야구천재다. 현역 말년에는 외야수로 보낸 시간이 길었지만, 사실 1993년 입단 직후에는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타격, 주루, 수비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아들 이정후(키움)는 그런 아버지의 현역 시절 모습을 고스란히 기억한다. 16일 올스타전을 앞두고 만난 이정후는 “어릴 때 아빠 손을 잡고 올스타전에 갔던 기억이 있다”라고 했다. 그냥 구경만 했던 게 아니라 그라운드에 함께 나가 팬들에게 인사를 한 적도 있었다.

이정후를 야구장으로 이끌어준 야구인이 당연히 아버지 이종범이다. 아버지가 야구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프로선수가 되고 싶다고 결심했다. KBO리그 데뷔 6년차를 맞이한 이정후는 이미 KBO리그 최고타자이자 슈퍼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이 자신을 넘어섰다고 본다. 그러나 아들은 고개를 젓는다. “그건 아닌 것 같다. 물론 아빠보다 더 잘하면 좋겠지만, 20대 때 아빠는 정말 야구를 잘 하셨다. 내가 넘볼 수 없는 기록을 세우셨다”라고 했다.

KBO는 올스타전서 40주년 기념 레전드 40인 탑4를 공개했다. 당연히 이종범이 포함돼 있었다. 이정후는 “아빠는 레전드 탑 유격수였다. 유격수 시절의 임팩트를 잊을 수 없다. 수치를 봐도 정말 잘하셨다.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정후의 야망은 크다. 기록을 넘어 아버지를 넘어설 결정적 ‘뭔가’를 준비 중이다.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이정후는 지난 2월 고흥 스프링캠프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꿈을 당당하게 밝혔다. 2023시즌이 끝나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다. 현재 업계에서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가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언제, 어떻게 성공하느냐가 이슈다.

이정후는 “나는 나대로 아빠가 못해본 걸 해봐야 한다. 예를 들면 메이저리그 진출 아니겠나”라고 했다. 아버지는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레곤즈에서도 뛰었지만, 메이저리그까지는 가지 못했다. 아버지는 당연히 아들의 꿈을 누구보다도 지지할 것이다.

부자는 집에선 별 다른 야구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버지도 현역 지도자이고, 아들은 현역 선수다. 팀이 달라서 디테일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사실 야구를 마치고 밤 늦은 시간에 만나서 진지한 얘기를 하기도 어렵다.

이정후는 “이제 내가 아빠에게 야구 관련 조언을 받을 나이는 아니다. 대신 아빠는 내게 장난 식으로 얘기를 많이 한다. 6월18일 LG전서 (임)찬규 형의 체인지업을 쳐서 안타를 만들었는데, 최근에 그 얘기를 많이 했다”라고 했다. 당시 이정후가 ‘골프 스윙’으로 안타를 쳤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

흥미로운 건 ‘스케치북 홈런 사건’에 대해선 전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정후는 6월15일 고척 두산전서 ‘이정후 여기로 공 날려줘’라고 적힌 스케치북을 든 야구 팬에게 정확하게 타구를 보내 화제를 모았다. 해당 관중은 중앙 외야석에 있었다. 이정후는 “아빠도 그건 ‘뽀X’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종범-이정후 부자.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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