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수지의 거짓말이 들켰을 때…더 짜릿하고 독하게 [마데핫리뷰]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거봐요. 거짓말은 누구나 한다니까."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고단한 삶을 살던 '유미'(수지)가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이름부터 가족, 학력, 과거를 모두 바꾸고 화려한 '안나'(수지)로 다시 태어난 가운데 1일 3, 4화가 공개됐다.

승승장구하던 안나는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현주(정은채)가 유미를 기억하자 불안감에 떤다. 안나는 23층을 계단으로 오르내리며 현주를 피하려 했지만 결국 거짓말을 들키고 만다. 안나가 되려 했던 노력들은 본래 가진 자인 현주에게 비웃음을 살뿐이다. 현주는 안나에게 거짓말의 대가로 30억을 요구한다.

설상가상으로 안나가 믿고 의지하던 지원(박예영)도 '유미'에 대해 알아챈다. 지원은 점점 안나의 과거를 파헤치며 하나둘씩 '유미'의 거짓말을 모아간다. 이 가운데 안나는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남편을 이용해 뇌물을 받아 30억을 마련하려 한다. 지쳐가던 차에 안나는 30대 여성의 극단적 선택을 뉴스로 마주한다. 그리고, '계단으로 다니라'던 현주의 말에 꼼짝 못 하던 안나는 다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6부작이라는 짧은 호흡 탓인지 3, 4화는 말 그대로 휘몰아친다.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파격적인 전개로 쉴 새 없이 빼곡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안나'는 망설임 따위는 없이 결말을 향해 직진한다. 하지만 이는 피로감보다는 흥미진진함을 불러일으킨다.

연출 또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안나는 아이의 수술을 이유로 휴가를 요청한 가사도우미에게 '그게 없던 일이 돼요?' 나를 왜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요?'라며 히스테리를 부린다. 남편 지훈(김준한)의 새 비서는 검은색 단화를 신은 '조유미'다. 안나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는 힘겹게 계단을 오르던 때와 같은 음악이 흐른다.

유독 눈에 띄는 것은 구두다. 검은색 단화를 신고 눈밭을 뛰쳐나갔던 '유미'는 화려한 색상의 하이힐을 신은 안나가 된다. 그러나 현주를 피하려 23층까지 계단을 오르게 되고, 끝내는 지쳐 구두를 벗어 든 채 맨발로 걷는다. 정체를 들킨 안나는 다시 낮은 굽으로 돌아간다. 반면 현주는 '진짜'가 무엇인지 보여주듯 끝까지 하이힐을 신는다.

안나는 반짝반짝 화려하지만 생기는 없다. 불안한 이의 아슬아슬한 위태로움이 있을 뿐이다. 그간의 거짓말이 차곡차곡 쌓여 조여 오지만 안나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수지는 점점 바래가는 안나를 놀랍도록 매력적으로 연기한다. 점점 지쳐가는 안나의 권태로움은 전에는 본 적 없는 수지의 얼굴이다. 거짓 인생을 사는 안나에게 마음을 주게 되는 것 역시 분명 수지가 발휘하는 힘이다.

정은채 또한 철없어 보이지만 처음부터 우월한 인생을 살아온 현주의 오만함을 세련되게 표현했다. 김준한 역시 묘한 수상쩍음을 더해 지훈의 저열한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연기한다.

[사진 = 쿠팡플레이 '안나' 방송 캡처]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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