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 타이거즈 103억원 대투수의 서장훈 마인드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팀이 졌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KIA 103억원 대투수 양현종도 사력을 다한 경기였다. 지난달 29일 고척 키움전서 ‘악마의 재능’ 안우진과의 맞대결이 여전히 화제다. 그날 양현종은 7이닝 5피안타 9탈삼진 2사사구 1실점으로 키움 타선을 압도했다.

이례적으로 패스트볼 최고 149km까지 찍는 등 안우진과의 맞대결을 의식한 듯 연이어 불꽃을 날렸다. 탈삼진 9개에, 상황에 따라 절묘하게 맞춰 잡는 피칭을 하는 등 ‘대투수’다운 호투였다. 안우진이 승리투수(7이닝 2피안타 7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가 됐지만, 양현종도 패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만난 양현종은 그날의 자신을 그저 ‘패전투수’로 규정했다. “팀이 졌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자신의 호투는)아무 의미 없다. 내가 못 던져도 팀이 이기면 그게 더 큰 의미가 있다. 내가 1점만 안 주면 우리 팀이 이길 수 있었다”라고 했다.

마치 방송인 서장훈 씨의 유행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를 연상하게 했다. 양현종의 뉘앙스는 서장훈 특유의 시니컬한 표정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양현종은 베테랑답게 프로의 생리를 너무 잘 안다. “야구가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결과의 싸움이다. 프로는 냉정한 곳이다”라고 했다.

양현종은 그런 투수다. 자신의 기록, 스포트라이트보다 오직 타이거즈를 위해 몸 바쳐온 투수다. 오로지 타이거즈의 우승을 위해 달린다. 최근 팀이 다소 침체됐다. 그러나 양현종은 2년 전과 지금의 팀이 다르다고 확신한다.

양현종은 “패배 의식이 없어졌다. 초반에 위기도 있었지만, 5월에 잘 치고 올라왔다. 특히 주장 (김)선빈이나 (최)형우 형, (나)성범이가 잘 해주고 있다. 선수들이 한 게임 지니 화가 났더라. 팀이 잘 돼 간다는 증거”라고 했다.

그래서 양현종은 등판을 거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최근 김종국 감독은 양현종을 한 차례 정도 로테이션에서 빼내 휴식을 주려고 했다. 사실 김 감독이 시즌에 들어가기에 앞서 구상했다. 그러나 외국인투수들이 전혀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그래도 김 감독은 최근 양현종에게 의사를 물었다. 예상대로 양현종은 거절했다. “던지는 게 낫다. 쉬고 돌아와서 밸런스가 안 좋아질 수도 있다. 안 빠지려고 한다. 내가 빠지면 팀에 큰 타격이다. 물론 내가 팀에 도움이 안 된다면 팀을 위해 빠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꾸준히 경기에 나가고 싶다. 30경기 이상 등판해야 한다”라고 했다.

서장훈도 현역 시절 승부욕이라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양현종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이름값을 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투철하다. 그 사명감은 철저히 자신이 아닌 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래서 자신이 잘 던지고 팀이 지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라고 한다. 그래서 대투수다.

타이거즈는 대투수와 함께 다시 대권에 오르려고 한다. 최근 선발진 난맥상에 타선 저점, 불펜 과부하 등 장애물은 많지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양현종이다. 양현종이란 상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다. 이 팀에 양현종이 없다면, 작년과 비슷한 길을 걷을 가능성이 크다.

[양현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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