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롤모델은 벌랜더…39세 노장만세, 2년 쉬고 폭주 ‘사이영상 가자’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9세 노장만세다.

2022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내셔널리그, 아메리칸리그 통틀어 10승에 선착한 투수는 팔팔한 젊은 투수가 아닌 만 39세의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다. 벌랜더는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플러싱 시티필드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인터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8이닝 2피안타 6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시즌 10승(3패)을 따냈다.

믿기 어렵겠지만,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먼저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낸 투수다. 알렉 마노아(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이날 보스턴 레드삭스전서 승패를 기록하지 못하면서 9승에 머물러있다. 제임스 타이욘(뉴욕 양키스) 역시 9승.

내셔널리그도 올 시즌 맹활약하는 토니 곤솔린(LA 다저스)과 카일 라이트(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나란히 9승이다. 벌랜더가 쟁쟁한 투수들을 제치고 10승에 선착한 건 지난 2년간의 공백을 완벽하게 극복했다는 의미다.

벌랜더는 명예의 전당행을 예약한 레전드 투수이긴 하다. 2005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서 데뷔해 2017시즌 중반부터 휴스턴에 몸 담았다. 통산 469경기서 236승132패 평균자책점 3.29다. 2011년과 2019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이며, 2011년에는 아메리칸리그 MVP도 가져갔다.

벌랜더는 만 36세이던 2019년에 21승6패 평균자책점 2.58을 찍은 뒤 자취를 감췄다. 팔꿈치 통증이 발견됐다. 2020시즌 도중 재활을 통해 마운드에 복귀했으나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결국 1경기만 뛰고 수술을 결심했다.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갔다. 2021년은 완전히 쉬었다.

그 와중에 39세 시즌을 앞두고 FA 신분이 됐다. 벌랜더는 포기하지 않았다. 직접 쇼케이스를 열었다. 여기서 건재를 과시했고, 결국 휴스턴과 2년 2500만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불혹이라 장기계약은 맺지 못했지만, 2500만달러도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벌랜더는 휴스턴의 2500만달러 투자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 단순히 10승 선착이 중요한 게 아니라 투구내용이 예전과 다를 게 없다.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2위(2.03), 이닝 1위(97.1이닝), WHIP 2위(0.83), 피안타율 1위(0.183)다. 탈삼진만 9위(90개)다. 삼진 잡는 능력만 떨어졌을 뿐 여전히 메이저리그 최고투수임을 과시한다. 39세에 생애 세 번째 사이영 수상도 가능한 페이스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벌랜더의 올해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4.8마일이다. 2019년 94.6마일보다 오히려 살짝 좋아졌다. 흔히 토미 존 서저리를 받고 재활하면 스피드가 오른다는 게 정설이긴 하다. 그러나 모든 투수에게 무조건 적용되는 건 아니다. 한국나이 마흔의 노장인 걸 감안하면 공 스피드를 유지하는 건 대단한 일이다.

벌랜더 케이스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류현진은 최근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갔다. 통상적인 재활기간은 1년~1년 반. 일각에선 류현진이 내년 복귀도 어렵다고 보지만, 류현진은 내년 여름 복귀 의욕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토론토와의 계약을 끝내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듯하다.

중요한 건 복귀 시기가 아니라 복귀할 때의 몸 상태다. 어쨌든 1987년생 류현진보다 4살 많은 1983년생 노장이 돌아와 엄청난 재기 스토리를 쓰고 있는 게 류현진에게도 적지 않은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벌랜더가 류현진의 복귀 롤모델이다.

류현진 역시 토미 존 수술이 처음이 아니다. 고교 시절 경험이 있다. 또한, 팔꿈치보다 재기 확률이 떨어지는 어깨수술까지 받고 성공적으로 돌아왔던 선수다. 국내 팬들은 류현진이 벌랜더처럼 멋지게 재기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벌랜더. 사진 = AFPBBNEWS]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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